해외에서 거주할 때는 유명한 박물관들을 주로 방문했고, 대개는 상설 전시여서 재방문을 한 적은 거의 없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을 취미삼을 만큼 자주 가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
나름의 고심 끝에 귀국을 하게 된 후, 방문객의 입장이 아닌 현지인이 되어 서울에서 거주하게 되니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 일종의 취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살던 시절에도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한국에서 매달 업데이트 되는 전시 정보들이 뜨곤 했다. 잘만 찾아보면 알차게 구성된 전시들이 많아 보여서 해외보다 한국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풍부해 보였다.
내가 전시를 보는 이유... 나는 겉보다 속이 시끄러운 사람이다. 머리로는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고 분석하려고 하며, 이러한 것들을 바깥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이를 음성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 외의 방식을 선호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전시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특정한 공간에서 글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표현 방식을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는지, 혹은 과거의 것이라면 그 당시의 시대상은 어땠는지, 이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은 이 작품의 어떤 부분을 부각하려 했는지, 나는 이 모든 것을 통해 어떤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전시는 단순히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 이외에도 여러 장치를 통해 관람하는 사람이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할지 세밀하게 설계한 공간이다. 공간의 짜임새부터 전시의 일부이며, 전시관을 입장하는 순간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짧게는 몇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렇듯 전시만이 주는 특별한 공간감과 의도적으로 배치된 작품들을 통해 평소에 혼자 하던 생각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준다.
더 나아가, 같은 것을 전시하더라도 방식에 따라 보는 사람은 대상을 다르게 볼 수 있고, 같은 전시를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직까지는 같은 것을 다르게 전시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것도 생각해보려고 한다.
더 개인적인 이유로는, 전시를 보는 것이 지적인 허영심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어릴 때 공부하던 습관이 남아있어 내 기준에 부합하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일을 하며 배우는 것으로는 충족이 되지 않는 부분인데, 전시가 이를 채워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