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2024년 늦여름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아트선재센터에서 한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봤다. 한국에서 간 첫 번째 전시는 아니었으나, 내 삶을 어우르는 큰 주제들을 다룬 전시여서 첫 번째 후기 글로 남긴다.
서도호는 설치미술가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낸 개인, 공동체,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다양한 건축물로 표현을 하는 예술가이다. 이 전시는 기존에 서도호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의 기획에 초점을 두었으며, 작가 본인의 활동 과정을 "스페큘레이션"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프로젝트들을 전시해 두었다면 더 현장감은 있었겠지만, 이번 전시는 기존 프로젝트들의 기획 과정부터 실행까지 스토리텔링이 되어있어서 더욱더 작품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웠다.
이 글에서는 <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이 작품은 '완벽한 집'을 설계한다면 이 집은 어떤 형태일지, 거주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원들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런 형태의 집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낸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도입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것은 '완벽한 집'의 정의에 대한 것이다.
What or where is a 'perfect home'?
'완벽한 집'은 무엇이거나 어디일까요?
집이 '무엇'인지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각자에게 의미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최근에 한국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외국인과 '집이 어디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워낙 국경을 넘나드는 이사를 자주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특정한 도시를 집이라고 칭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꾸린 공간을 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분은 자기도 비슷한데, 요즘은 자신의 휴대폰과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완벽한 집'이 무엇인지 따로 정의 내리고, 이에 대해 하나하나씩 살펴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완벽한 집'이란, 개인이 지금까지 '집'이라고 불렀던 장소들의 중간 지점을 의미한다. 서도호 작가에게는 서울, 뉴욕, 그리고 런던 세 도시를 연결한 지점이 '완벽한 집'에 해당되는 것인데, 이는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다. 이 집은 기다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 분에게는 세 도시가 '집'에 해당되겠지만, 이 또한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작가는 이 집을 진짜 집처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들을 추가한다. '집'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본인이 평소에 중요하게 여긴 장소들을 하나의 구조물로 만들어 다리 어딘가에 설치하고, 이곳에서 살기 위한 자원 공급과 비상시 생존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하지만 평소에 좋아하던 장소들을 한 곳에 둔다고 해도, 이것이 '완벽한 집'을 진짜 집처럼 느끼게 해 줄까? 위 사진처럼 손칼국수 만두전문점 성북동집(찾아보니 실제로 있는 곳이다)을 '완벽한 집' 근처에 두면, 서도호 작가가 실제 서울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실제 식당을 방문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보통 소속감을 느끼고, 집이라고 느끼는 곳은 단순히 그 장소 하나만으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주위 환경과 분위기, 거기까지 가는 곳에서 개인이 느끼는 정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테다.
이 '완벽한 집'에 필요한 것들을 짓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원이 요구되며, 여러 국경과 땅을 침범하게 된다. 결국 작가는, 한 개인의 '완벽한 집'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개념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끝으로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한국 속담을 소개하며 이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꼬집어낸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집'이 무엇이고 어디인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왔을 것이다. 서도호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완벽한 집'이라는 설정으로 여러 과학적, 철학적인 생각들을 한데 어우러 유쾌하게 풀어냈다. 물론 이 '완벽한 집'이라는 개념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개인에게 '집'이 어떤 것인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다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