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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분 Aug 24. 2024

세상에서 제일 작은 횟집에 초대할게

우리 이름은 칠월&차분! 탐정이죠.

내 '취향'이 없어서 주말이 무료한 여러분들을 위해 다양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취 향 보 고 서 - 52✨

세상에서 제일 작은 횟집에 초대할게!



 의뢰인들은 오랫동안 관심이 있는 공예가 있어? 취미 부자인 나는 매번 새로운 공예에 관심이 넘치고, 배우는 것도 즐거워하는 편인데, 항상 마음 한구석에 ‘언젠가는 꼭 배우겠다.’라며 벼르고 있는 공예가 있어. 바로 ‘미니어처’야.


 나는 어릴 적부터 뭐든 작게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tmi 탐정 칠월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종이학 작게 접기 대회에서 언니 오빠들을 제치고 1등을 한 적 있다) 이런 내 취향을 저격한 공예랄까. 그런데 왜 지금까지 배우지 않았느냐고? 호기심에 미니어처 DIY 키트를 구매해서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여기에만 매달려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더라고. 그래서 ‘봉인’ 중이랄까. 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배워보려고 해. 

 그런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잠시 봉인 해제! 미니어처 원데이클래스를 다녀왔어. 오늘 레터는 나의 원데이클래스 체험기야.


 취향사무소에서 미니어처 공예를 소개할게.




 미니어처 공예는 말 그대로 ‘실제보다 작게’ 만드는 공예야. 식물이나 옷, 음식, 건물 등 종류는 무엇이든 가능하고 축소비율도 1/4부터 1/20까지 각양각색이지. 작아진 만큼 디테일도 적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 미니어처 작품을 실물로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정교해. 실제 사물이 도라에몽의 ‘스몰라이트’를 맞고 그대로 축소된 느낌! 


 미니어처 공방마다 운영하는 클래스의 종류나 커리큘럼은 다양해. 내가 신청한 원데이클래스는 음식 미니어처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 다양한 음식으로 한 상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대략 8시간 정도 소요되는 긴 수업이지. 두 시간 안에 체험이 끝나는 보통의 원데이 클래스와는 좀 다르지? 물론 가구 하나, 음식 하나를 완성해 보는 짧은 미니어처 클래스도 있어. 내가 이왕 체험해 보는 거 끝장을 보자며 겁도 없이 긴 시간 클래스를 신청했을 뿐. 


 비가 조금 내리는 흐린 주말 아침,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미니메이든 공방’을 방문했어. 나를 포함 총 4명이 함께 클래스를 신청했는데, 나처럼 처음인 분도 있었지만, 이 클래스는 여러 번 미니어처를 만들어 보신 준전문가분들이 많이 오신대. 역시 초보자가 너무 겁 없이 덤빈 걸까 조금 두려웠지만 괜찮아. 어차피 재미있을 텐데 뭐. 



 원데이클래스에서 배우는 작품 제목은 ‘혼저옵서예’ 제주도가 딱 떠오르지? 해산물 한상차림을 만드는 수업이야. 딱새우부터 고등어회, 방어회 물회에 밑반찬까지. 말 그대로 상다리 휘어지는 해물 한 상을 모두 만들어 볼 수 있는데, 난이도가 너무 높거나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직접 만들었어. 초보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인데도 직접 만들어 보는 비율이 더 높은 수업이라 신기했어.


 선생님께서 작품 하나하나 제작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예상보다 크게 어렵진 않았어. 역시 원데이클래스는 선생님이 계셔서 든든해. 다만 예상보다 정말 손이 많이 가더라. 간단하게 끝나는 게 하나도 없어 모든 작품이 적어도 두세 번 손이 가.


 특히 해삼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복잡했어. 같이 수강하신 선생님이 ‘내가 지금 바다에 뛰어들어서 해삼을 잡아도 이것보단 빠르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완전 공감! 내 평생 해삼을 이렇게 자세하게 본 적도 없는데, 이제 해삼 어떻게 생겼는지 물으면 대답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니까.




 실제로 선생님도 샘플을 제작하실 때 실물 사진을 여러 장을 비교해 보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작해 보며 실물과 가장 비슷하게 완성하신다더라. 관찰력이 중요한 공예구나, 평소 관찰력이 좋은 사람들이 미니어처를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수업에 쓰이는 재료 중 생소한 건 없었어. 레진이나 클레이 목공풀 같은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를 주로 쓰는데, 대신 ‘이걸 이렇게 쓴다고?’ 싶을 정도로 신기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야. 리얼한 미니어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연구하셨을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하나하나 차분하게 상차림을 완성해 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음이 나는 거 있지. 귀여운 걸 보면 못 참겠는 병이 다시 발병. 완성하고 보니 시간이 벌써 7시 반이 넘었더라.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30분 정도를 제외해도 오전 11시부터 8시간 가까이 앉아서 작품을 만든 거야. 심지어 화장실 한 번을 안 가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더라. 만들 때는 몰랐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야 허리가 왠지 뻐근해. 이것도 거북목 유발 공예구먼. 


 어때 내가 완성한 작품? 소주가 당기는 건 나뿐이야? 보고 있으면 아주 뿌듯 그 자체. 재방문 의사 100%. 오랜만에 정말 다른 생각 없이 작품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더니 너무 즐거웠어. 하지만 내가 ‘공예 왕초보다’, ‘오랜 시간 집중하기엔 지구력이 약하다’면 추천하기엔 좀 힘든 클래스일 듯해.



 그럼초보자는 미니어처 체험을 하지 못하냐고그건 아니지. 


 클래스 비용이나 소요 시간, 난이도 등이 부담스럽지만 미니어처 공예를 체험해 보고 싶다면 키트로 만든 제품으로 미니어처를 먼저 접해볼 것을 추천해. 미니어처는 DIY 키트가 잘 나오는 공예 중 하나거든. 물론 원데이클래스와 비교해 보면, 완성된 작품의 조각을 모으고 붙이는 프라모델 정도지만, 그래도 꽤 퀄리티 좋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 텀블벅이나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키트를 몇 개 만들어 보고, 나와 적성이 맞다 싶으면 나처럼 직접 제작해 보는 원데이클래스를 수강해 보는 걸 추천해. 


 미니어처 공예. 정말 매력적이지? 수업을 듣고 온 뒤 ‘이건 언젠가 내가 정말 끝장을 보게 배워야겠구나.’ 다짐했어. 작고 아기자기한 공예를 좋아한다면 미니어처는 정말 즐거운 취미가 될 거야.



▶취향탐정단의 평가

수업 끝나고 해산물 너무 먹고 싶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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