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내 이야기를 담은 물병 하나를 띄워보기로 했다]
'고독한 미식가'의 남자주인공 마츠시게 유타카. 그는 고독한 미식가 새 영화를 개봉하면서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적이 있다. 어렸을 적 한국에서 가까운 후쿠오카 지역에서 살았는데 종종 편지가 적힌 물병을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한다. 누가 받아볼지 알 수도 없는데 막연히 물병을 떠나보냈던 낭만의 시대. 그때 그는 물병을 받으면서 가까운 외국,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물병처럼 누군가 외국의 알지못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인스타그램에 띄었다. 어느 유럽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의 계정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렇게까지 계속 누워있을 수는 없어'라는 생각에 '무엇이든'하겠다고 각오한 나. 한번 저 물병을 한번 집어볼까라고 생각하자, 뇌 한곳에서는 온갖 핑계와 부정적인 미래를 그려기 시작한다. '그림작가도 아니잖아', '유럽에 출판이라니, 한국에서는 그림책을 출판한 적이 있어?'
다른 한편으로는, 이 게시물을 보는 순간 나의 애매한 그림실력으로 그렸던 인스타툰 시리즈 한 편이 떠올랐다.그림은 애매했지만, 내 일생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있던 순간을 그렸던 만화다. 나의 '출산'이야기.
출산하기 전에 '출산요가'를 다녔었다. 그때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주말에 갔었는데 비구니 스님이 출산 요가를 가르치셨다. ( 아이를 낳고, 어머니가 된 후에 출가를 하셨다고 한다.)
그 분이 하신 말씀은 세상의 모든 육체적 고통은 의미없지만, 유일하게 의미있는 고통은 '산고'라는 것이었다. 이 고통이 끝나면 아이를 만날 수 있으니까 도망치지 말라고. 그말이 마지막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정신을 딱 놓고 싶을 때 나를 붙잡아주었다.
[ 견뎌야 해. 지금 아이도 목숨 걸고 노력하고 있어.]
출산은 고통과 고요가 교대로 온다
출산에는 고통이 팍 하고 올라오는 순간과, 잠잠해지는순간이 교대로 온다. 그 다음 텀에는 고통은 더 심해지고 잠잠해지는 순간이 짧아진다. 이렇게 몇시간 동안 점점 고통이 빨리 오다가 나중에 고통 -고통 - 고통 만 계속될 때 힘을 주어야 한다. 내 머리통을 밑으로 눌러 보낼 것처럼 모든 압력을 내 밑으로 보낼 때 비로소 아이가 나온다. 밤새 내내 진통을 할 때 출산요가 때 배운 스님의 가르침을 되내었다. 고통이 오지 않은 순간은 고통을 잊으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단지 출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생전체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고통'이 오고 그 다음 '고통'이 물러가는 순간이 올때도, 지나간 고통에 얽매이면, 쉴 수 없다. 지금 '고통'이 물러갔는데도 앞으로 다가올 '고통'이 두려워하면 몸이 긴장해서 쉬지 못하고 긴장된 몸은 그 다음 '고통'을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가끔 경직된 자세로 지나간 '고통'을 곱씹는 나를 내가 그렸던 만화를 다시 보며 꾸짖을 때 있다. 실제로 인생을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울 '산고'도 너무 잘 이겨냈다. 고통과 고통사이, 그 짧은 고요의 순간에도 고통을 잊고 이완할 수 있었던, 내가 뭐가 그리 두려워 경직된 자세를 하고 있는 걸까.
고통의 대부분은 내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퇴사한 이후, 나 자체가 거대한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물병 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 그전처럼 '남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정하고 나자 '무엇을'부터 '어떻게' '누구에게'까지 모두 다 내 몫이 되었다. 푸르고 엄청 크고 그래서 막막한 바다. 어디론가 닿을지 안닿을지 알 수 없는 바다의 모든 가능성과 그 가능성만큼 가능한 모든실패들은 나를 두렵게 한다.
그러나 결국, 이 두려움 조차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이 세계 어딘가에서 누군가 보낸 신호음에 먼저 답해보기로 했다. 까짓 것, 내게는 챗 gpt가 있어 번역할 수가 있고, SNS DM으 보내는데 돈도 안들지 않은가.
미래의 실패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게 하고, 오늘은 오늘의 나의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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