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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식(負債意識)

1.

-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 (네이버 국어사전)

-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폭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면서 언급한 단어였는데, 당시 무척 생경하여 뜻을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다. 

- 일제 강점기의 시인 윤동주가 부끄러운 자기 고백으로 "자화상"을 쓴 이유는 비록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부채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

조직원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

동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는 주어진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일이 만약 동료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나아가 동료의 일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 일은 일을 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돈을 받는다면 그 돈은 부채가 되는 것이다.

결국, 부채의식은 동료의 성과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성과자를 넘어서 성과저해자가 되는 것은 누구나 스스로 경계하고 거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3.

오래전 신경영전략TF에 참여해서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어느 조직이든 경영혁신을 시도할 때는 먼저 조직원의 의견(불만.불편.건의 등)을 조사, 수렴해서 반영하는 것이 기본이다.

공기업 조직문화를 알기에 참여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간곡히 부탁을 했고, 소중히 생각하고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외로 많은 직원이 의견을 개진했고, 내용에서 혁신 바라는 직원의 열망을 보게 되었다.

동료들이 혁신TF에 거는 기대, 그리고 그것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혁신TF의 역할, 더구나 나는 그러겠노라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없었다.

부끄러운 기억이며, 내가 처음으로 동료에게 부채의식을 갖게 된 경위다.


4.

가끔 그때가 생각나면 나도 인간인지라 마음의 평안을 구하기 위해 "일개 팀원이 뭘 할 수 있었겠냐"라고 남 탓 혹은 자기합리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그럼에도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생각났고, 부끄러움은 분명해질 뿐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물론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리고 "자화상"의 윤동주 시인에 비할 수 없지만, 여전히 부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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