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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디허니 Jan 03. 2018

음악을 배우기 전
꼭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보컬 편)

음악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려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들

[Case #1]


- 30대 직장인 남성. 심각한 음치이며, 회식 때 노래방을 가는 일이 매번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음치탈출을 목표로 회사 근처의 실용음악학원에서 보컬 취미반 수업을 등록함.



 "잘 오셨습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식은땀이 나고, 시선은 또 어디다 두어야 할지 막막하셨죠? 방금 불러주신 노래를 들으니, 확실히 상태가 심각하긴 하네요. 하지만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우선은 어느 정도까지 노래 실력이 늘 수 있게 될 지에 대한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결론만 말씀을 드리자면, 노래를 '잘' 하게 되기는 힘들어요. 다만 노래를 '못' 하는 것처럼은 들리지 않게 만들어 드릴 수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심각한 음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100%의 확률로 본인의 음감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음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일컬어 보통 음치라고 하지요. 음감 자체는 괜찮으나, 그저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의 경우는 스스로를 음치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음감이 형성되는 과정은 주로 유아기에 일어나며, 이 시기에 일상적인 말소리와는 다르게 높낮이가 다양한 음악을 얼마나 많이 접했느냐에 따라 음감의 정확도가 달라진다고들 합니다.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이 글자를 배우기 이전에 그저 귀에 들리는 부모의 말을 똑같이 따라 하며 이루어지는 것처럼, 음감 자체도 어릴 때 음악을 얼마나 들었는지에 따라 높고 낮은 음에 대한 구분 능력이 형성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시기에 음감이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분들은,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한다고 해도 드라마틱하게 음감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심각한 음치끼로 인해 노래방에 갈 일이 생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분들께는 너무도 불합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현실은 때론 너무 냉정하지요. 다만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음치의 완전 교정을 목표로 하지 말고, 조금 더 잘 부르고 싶다고 생각하는 곡을 정하여 자주 연습하세요.  

 - 이때,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부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조건 한 번에 2마디 이내로 끊어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2. 악기를 하나 정해서 노래 연습과 병행하며 배워보세요.

- 음감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작정 노래만 연습을 하기보다는 피아노와 기타 같은 악기를 배워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높낮이가 정확히 구분되어 있는 악기의 소리를 자주 듣다 보면 조금은 음감이 향상될 거예요.


3. 노래 연습을 할 때에는 무조건 멜로디를 악기로 함께 연주하면서 불러보세요.

- 음치 교정이 목적인데, 수업 시 선생님이 멜로디를 피아노나 기타 등의 악기로 함께 연주해 주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어필하시기 바랍니다.

 

 음치 탈출이 목적이신 분들께서는 위의 사항을 잘 기억하시고, 최소 6개월 정도는 꾸준히 수업과 연습을 병행하신다면 이후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Case #2]


- 20대 대학생. 한 번도 노래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은 없으나,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서 노래를 잘 한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좋아하는 가수처럼 노래를 조금 더 잘 하고 싶어 취미를 넘어선 레벨을 목표로 보컬 전문반 수업을 등록함.


 "노래를 한 번도 배워보시지 않은 것치곤 꽤 잘 하시네요. 음색이나 느낌 표현도 나쁘지 않고요. 그런데 제가 듣기에는 가수들과 비교를 한다면 콧소리가 좀 많이 섞인 것 같고, 끝음 처리가 불안하게 들리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일단 기초 호흡과 발성법을 더 다질 필요가 있겠어요. 그런데 두성은 어떻게 쓰냐고요?"



 평소에 주변에서 '너 노래 좀 하는데?'라는 말을 자주 듣는 분이라면, 막상 크게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워보고자 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노래를 배우러 갔는데 노래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복식호흡과 발성만 주구장창 연습을 시키기 때문이지요. 


 어느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이 노래하는 영상을 봤더니, '이 선생님께 배우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처럼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찾아가서 수업을 받으니 이런 호흡과 발성연습만으로 내가 선생님같이 노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보컬 강좌 영상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니 믹스보이스(Mixed Voice), 성구전환, 팔세토 창법(Falsetto), 두성(Head Voice) 등의 용어들도 쓰던데, 서로 뭐가 다른지 선생님께 여쭤봤다가 '저번에 배운 호흡법 연습이나 신경 쓰라'며 면박을 당했어요"와 같은 경우도 가끔 있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음악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발성법 등이 성악이나 보컬 파트만큼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분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타나 베이스, 드럼, 피아노 같은 악기의 경우에는 외형 자체가 규격화/정형화가 되어있고, 주법의 경우도 음악의 발전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잠정적으로 합의된 부분들이 있지만, 사람의 몸은 저마다가 구조와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에, 모두에게 통용되는 발성법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그나마 전통 클래식 성악의 경우에는 베이스와 바리톤, 테너 등으로 개인의 음역대와 음색에 따라 파트를 명확히 구분하긴 하지만, 대중음악 보컬의 경우에는 정말로 뭐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스타일로 노래를 하건 결국 안정적인 호흡과 발성이 노래의 알파와 오메가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클래식 성악이 아닌, 대중음악 보컬을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길 원하신다면, 꼭 맞아떨어지지 않겠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을 찾을 때 아래와 같은 점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나는 김연우나 이선희와 같이 선명하고 파워풀한 목소리로 들리는 노래를 하고 싶다.

- 기초 호흡 연습을 정말로 탄탄하게 하셔야 하고, 낮은 음역대에서부터 높은 음역대까지 음색(Tone)이 크게 변하지 않도록 공명점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이런 가수들처럼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본인의 성대를 마치 악기와 같이 일정한 음색을 유지하며 정확하게 음높이를 컨트롤할 수 있게끔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 나는 나얼이나 크러쉬, 박정현의 노래같이 섬세하고 기교가 화려한 R&B 스타일로 노래를 하고 싶다.

- 음역대에 따라 공명을 활용하는 지점이 자주 바뀌므로, 공명이 바뀔 때마다 필요한 호흡의 양도 시시각각 달라지기에 음색의 통일성보다는 공명 지점을 원하는 대로 바꾸는 능력과 그에 따른 호흡의 사용법에 많이 의존을 하게 됩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로 인식되고 있으며, 따라서 앞서 언급한 춘추전국시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사용하는 용어나 접근법이 가장 다채로운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가성의 음역대를 진성처럼 활용하는 테크닉이 필수에 가깝기 때문에, 그러한 테크닉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야 합니다.


3. 나는 이수나 윤민수, 린과 같이 감성적인 발라드 보컬 취향이다.

- 위와 같이 자기만의 캐릭터가 강한 보컬리스트들을 동경하는 경우는, 대중음악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들에게 노래를 배울 경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위와 같은 스타일의 보컬리스트들은 표현력의 극대화를 위해 소위 말하는 '콧소리'를 주 무기로 삼는 편이고, 보통의 보컬 트레이너들은 그 '콧소리'를 나쁜 버릇으로 간주하여  '절대로' 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4. 나는 박효신이나 이소라같이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스타일로 노래를 하고 싶다.

- 이건 단순히 배워서 도달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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