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디허니 Jan 04. 2018

음악을 배우기 전
꼭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기타 편)

음악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려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들

[Case #1]


- 직장인 밴드 기타리스트. 빠듯한 여가시간을 쪼개어 연습을 하고 있으며, 월 2회 정도 주기적으로 합주를 하고는 있으나, 타브 악보를 더듬더듬 읽으며 연습하는 것이 고작이기에, 조금 더 기타 실력을 향상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타 전문반 수업을 등록함.



 "올해 연말에 공연장을 대관해서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시라고요? 2곡 정도는 기타 솔로 연주도 멋들어지게 했으면 좋겠고. 와우, 되게 멋지겠네요. 그런데 연습은 타브 악보만 보고 하시는 중이라고요?"


 

 음악을 취미로 삼은 사람 치고, 어떠한 악기든 한 번이라도 손에 잡아보지 않은 이는 드물 것입니다.

그중 기타 연주를 취미로 삼은 분들은, 악기가 가진 특성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보아온 피아노와 비교하면 연주하는 음의 높낮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오선 형태의 악보가 아닌 타브 악보(Tablature)를 통해 곡을 익히고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분전환을 위해 짬짬이 손에 악기를 잡고, 타브 악보를 눈으로 더듬거려가며 시간을 투자한 끝에, 겨우 한 곡을 그럭저럭 연주할 수 있게 되는 데에서 오는 성취감이야말로 스스로가 기타를 계속 손에서 놓지 않도록 해 주는 이유가 되지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덧 말랑했던 손가락 끝이 새햐안 굳은살로 바뀌어가며 초보자의 수준을 넘어서려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 시점에서, 기타를 취미로 계속 연주하고 싶어 하는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 지금처럼 적당한 시간을 투자하며,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한 곡씩 늘려나가는 것에 만족한다.

두 번째. 일반적인 취미의 수준을 넘어, 조금 더 멋진 연주를 하는 기타리스트의 모습이 되고 싶다.


 첫 번째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면, 당신은 여유롭고 행복하게, 가끔씩은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번째 선택지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으로부터 10년이나 20년쯤 지난 다음의 이야기이긴 하겠지만요.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면, 당신은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스트레스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나의 기타 연주 실력이 늘어가는 속도는 기타 연습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죠. 지금보다 멋진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때의 음악수업시간 이후로는 접해볼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오한 음악이론을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될 테고요.


 사실 대부분의 취미가 그렇듯이, 처음에는 단순히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헬스장에 발을 들였다가, 어느샌가 단백질 보충제의 세부 성분을 찾아서 서로 다른 제품들을 비교해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찾아내게 되는 순간부터 게임의 양상은 180도 달라져 버리는 것이죠.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당신보다 먼저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르고, 또한 단순히 여가시간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전부를 오롯이 거기에 투자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전문가 혹은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그리고 당신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동경하고, 따라가려 하는 중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은 실력의 차이라기보다는 투자한 시간의 차이라는 생각을 가지신다면, 위의 두 갈래 길에서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른다 하더라도 그에 따를 과도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예상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한 스트레스의 반대급부로 기타 연주에 대한 애정이 급격히 식어버리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Case #2]


- 아마추어 보컬리스트. 조금 더 멋진 길거리 버스킹을 위해 MR을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함께 노래를 하기 위해 기타 취미반 수업을 등록함.



 "버스킹을 할 때에 MR을 쓰려니 뭔가 느낌이 잘 살지 않는다고요? 원하는 부분만 부르기 위해 음원을 편집하는 일도 번거롭긴 하죠. 그렇다고 기타를 반주해줄 동료를 찾는 것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고요."


 

 요즘엔 길을 걸어가다 보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음악활동으로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아마추어/인디 뮤지션들에겐 조금이라도 더 자신들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꽤나 짭짤한 부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버스킹은 이동형 앰프와 마이크 정도의 장비만 구비하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공연 형태이기에, 공연 장소를 관할하는 구청의 사용 허가와 주변 상인들과의 협의만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면, 높은 비용이 드는 공연장 대관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길거리 공연이기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직접 기타로 반주를 하며 노래하는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아래와 같은 점들을 참고해보세요.


1. 어쿠스틱 기타는 반드시 픽업(Pick-Up)이 장착된 모델을 고르세요.

- 어쿠스틱 기타는 기본적으로 울림통이 있어 어느 정도의 음량이 확보되는 악기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앰프와의 연결을 위한 픽업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야외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라면 기타를 구입 시 반드시 픽업의 장착 유무를 확인하세요. 


2. 반주를 위해서라면 어려운 연주는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 직접 악기로 반주를 하며 노래하는 일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에게는 언제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원하는 느낌으로 편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가 가진 것은 아니기에, 그저 노래할 곡의 기타 반주 악보를 보고 노래와 함께 연습을 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뮤지션들은 가급적 이런 접근법을 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노래는 기타 연주자와 보컬리스트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채보해놓은 악보를 보고 연습하여 거기다 노래까지 함께 소화해낸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직접 기타로 반주를 하며 노래를 하기 위해서는 악보에 그려진 복잡한 선율을 연주하기보다, 노래하는 리듬에 맞추어 코드를 아르페지오(Arpeggio)나 스트로크(Stroke) 주법으로 최대한 단순히 연주하는 것이 노래를 함께 하기에 용이합니다. 팀의 리더인 장범준 씨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버스커 버스커의 '처음엔 사랑이란게'와 기타리스트와 보컬리스트가 따로 존재하는 10cm의 '쓰담쓰담'을 비교하여 들어보시면 보다 잘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3. 선곡을 할 때에도 보컬리스트가 직접 연주를 하는 곡을 고르세요.

- 위와 같은 이유로, 버스킹 공연의 선곡 리스트는 최대한 아티스트가 직접 연주를 하는 곡을 고르는 것이 연습하기에도 쉽고, 직접 공연을 할 때에도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이 살아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존 메이어(John Mayer)의 'Neon'  같은 곡을 선택하는 것은... 그렇게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프로페셔널 뮤지션 중에서도 손과 노래가 따로 노는 일이 가능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을 배우기 전 꼭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보컬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