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에서 소개되는 1인 회사로 나오다니...
선입견을 조금 내려놓았을 뿐인데, 길이 보였다
사실 처음에 어떻게 신청을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바쁜 와중에 잠깐 알리바바에 들어갔다가, 혹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보다 무심코 눌렀던 것 같다. 연말부터 일이 몰아쳐서 정신이 없었고, 그때의 나는 하루를 겨우 넘기고 있었다.
평소 알리바바에서 보내오는 메일들에는 유익한게 많았음에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관심 물품을 추천해주는데도 난 다소 두려웠던것 같았다.
메일을 읽기는 했지만, 어딘가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벽을 쌓고 있는것처럼 느껴졌다.
도매를 본격적으로 하던 사람들의 영역이라 생각했고, 규모가 큰 회사들의 이야기 인줄로만 생각했다.
그날도 비슷했다.
‘알리바바 인터뷰가 내게 기회가 온다고?’
'에이....설마?'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내가 될까 싶었다.
나는 도매를 중심으로 사업을 해온 사람도 아니었고,
개인 계정으로 필요할 때 중간중간 주문해 쓰거나 자동화를 위해 여러 테스트를 해보는 정도였다. 사업 규모도 아직 작았고, 그저 실험하듯 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사업에 본격적으로 적용해볼까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은 작년 연말에서 올해 초쯤이었다.
제조와 배송은 맡기고,
나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구조라면
1인 회사에게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갑자기 급한 단체 주문이 들어왔다.
며칠 안에 많은 걸 만들어야 했고,
내가 직접 컨트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터뷰 생각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 와중에 겨우 신청했던 것이
어찌어찌 1차 전화 인터뷰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밤늦게 배송을 끝낸 뒤,
지친 몸으로 질문지를 써서 겨우 제출했다.
촬영을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여러 업체를 빠르게 찍고,
카메라 한 대로 가볍게 진행하는 미니 인터뷰쯤일 거라 생각했다.
‘그 큰 알리바바가 나한테 그럴 리가 없지.’
여러 업체 중 하나쯤 걸린 거겠거니 했다.
그리고 촬영 당일.
이태원 작업실 문을 열고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메이크업부터 시작했고,
1인 회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하나하나 너무 정성스럽게 챙겨주었다.
아이디어를 내면 흘려듣지 않았고,
가능한 방향을 함께 찾으려 했다.
어떻게든 녹여보려는 태도가 느껴졌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 이건 그냥 ‘찍고 가는 촬영’이 아니구나.
사실 작년까지의 나는
‘발로 뛰는 게 답이다’라고 믿고 있었다.
직접 공장을 다니고, 직접 부딪혀야 뭔가를 얻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하는 데 비해 수익 구조가 맞지 않았다.
제조 방식까지 함께 가져가는 구조는
1인 회사에게 선택과 집중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알리바바의 소량 제작 방식을 테스트하기 시작했고,
그 시점에 이 인터뷰가 겹쳤다.
회사 계정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쌓아온 경험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우연들이 겹쳤고,
그 우연들이 어느 순간 필연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단순히 출연해서 찍히고 끝난 하루가 아니었다.
촬영을 하면서
전시, 물류, 구조에 대한 그림이
처음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전시용 굿즈를 한국에서 만들지 않아도 되는 방법,
해외 전시를 훨씬 단순하게 만드는 구조,
작품은 디지털로 이동하고
제작과 배송은 현지에 맡기는 방식.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선입견을 조금 내려놓았을 뿐인데
길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 생각 하나로
오늘 하루는 충분히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