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0

3월의 감기

by 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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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목감기로 골골대는 중이다. 밥이랑 약을 제시간에 안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아픈데 집에서 안 쉬고 자꾸 나가 놀아서 그런가. 약을 3일째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서 결국 병원에 다시 다녀왔다. 의사는 내 목과 코 상태를 보더니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조금 더 강한 약을 처방했다. 하. 모든 약은 결국 다 몸에 좋지 않다던데. 몸에 또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프지 않으려고 몸을 아프게 하는 이상한 모순. 그래도 약도 새로 받았겠다 빨리 털고 일어나자. 곧 있으면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고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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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병원에 갔다가 돌아와서 책상에 앉아있다. 어제 분명 정리를 한 것 같은데, 마법처럼 책상이 또 어지럽게 느껴지네. 나도 모르게 네이버에 '소설 쓰는 법'을 검색했다. 나는 아무래도 창작을 해야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갑자기 글이 쓰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검색을 했더니 관련 서적과 글들이 많이 나왔다. 이게 아닌데. 나는 내 소설로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닌데. 머리가 조금 아파져서 창을 닫고 눈을 잠깐 감았다. 처음으로 소설을 썼던 2022년의 내 모습이 보였다. 데드라인은 지켜야 하는데 하루 내내 집에서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저녁 다 돼서야 스타벅스가서 눈물겹게 한 자씩 글을 쓰던 나. 그래도 그때 좋았다. 날 것의 내가 내뱉은 문장들도, 그 문장들을 다듬던 시간들도, 완성된 내 글을 다시 읽으며 회고하던 순간도. 자신의 창작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일류 작가가 아닌 이상 창작엔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걸로 유명해질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봐줄 것도 아니니까. 그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야 모순적이게도 많은 사람들이 봐줄 창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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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것은 '왜'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여기에 어떤을 빼고 왜를 넣어본다. 나는 왜 말하고 싶은가. 탐구에 지나지 않던 문장도 상상확장이 된다. 정말로 그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왜 말하고 싶은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나의 말에 힘과 확신이 실리길 바란다. 내가 그 정도의 지식과 자기 확신을 가졌으면 하고. 쉽지 않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의 스피치 영상일지라도 그 말에 반박하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사람들은 단정 지어 말하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반발심을 가진다. 매력적인 말하기를 하려면 이 부분을 잘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근데 나는 아직도 너무 어렵다. 솔직함과 무례함을 헷갈리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 숨이 막혔다. 아직도 난 내가 무례한 지 모르겠다. 듣는 사람이 무례하다고 느끼면 무례한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근데도 난 잘 모르겠다. 나이 좀 더 먹고 다시 생각해 보자. 그때쯤 되면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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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99퍼센트 동일한 존재라고 한다. 1퍼센트의 차이로 개개인의 성향과 기질, 성격 등이 존재하는 거고.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고작 1.6퍼센트라고 한다. 너와 나는 1퍼센트 밖에 다르지 않아. 그 1퍼센트를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보낸 사람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별로 슬프지는 않다. 그냥 내가 그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미련이지. 다행인 건 지금 내 옆엔 1퍼센트의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편안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들을 지키고 수호해. 그러니 상관없다. 과거의 과오를 붙잡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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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에 나무가 한 그루 보인다.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곧 피겠지. 그러고는 이내 질 것이다. 정말 봄이구나. 정말 4월이다. 분명 짧을 봄을 한껏 만끽해야지. 서울의 봄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평생 살아도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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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에게서 연락이 온다. 수업이 끝났다는, 이제 집에 간다는 말. 일상을 긴밀하게 공유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다정이 참 많다. 그리고 그런 다정 속에 머무는 편안함도 있고. 영원한 건 없다지만, 영원할 것 같은, 영원했으면 하는 순간만이 있다지만 그래도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철없는 어리광이지. 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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