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Aug 05. 2020

얍삽한 친구가 되기 딱 좋은 브랜딩

친구 되는 것 만큼 어려운 일

 요즘 관심이 좀 생겨서 브랜딩 주제의 아티클을 종종 찾아서 보고 있다. 일 이야기는 쓸려고 하면 참 많은 만감이 교차하는데...퇴근 길에 폴인의 해당 아티클을 보면서 다시 한번 브랜드 = 사람으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게 좋은 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산다. 나에게 구애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갈망하는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편안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브랜드라는 가상 인간은 결국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통 인간관계보다는 더 까다롭겠다. 좋은 관계란 그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지만 브랜드는 상대에게서 자원을 가져와야 하니까. 


 그렇다 해도 원리는 변함 없다. 우리가 누구에게 매력을 느끼는지를 생각해보면 그게 곧 브랜드 매력 조건이 된다. 일관된 (듯 보이도록 연출된) 행보. 남다른 시선이나 룩. 화술. 구체적인 표정. 이런 요소가 매력 넘치는 인간을 만들어 내듯이 브랜드도 같은 요소를 갖춰야 한다. 


 필요할때만 나를 찾는 이가. 어느 날 '나는 신의성실하게 살겠습니다'라고 선포하고 산다면 누가 그를 믿어줄까? 돌아온 탕아는 받아줄 아버지라도 있다지만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는 '달라졌습니다'라는 선포로는 믿음을 딸 수 없다. 그에게는 아무런 일관성도,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 


-


 그냥 대학교 1학년 코흘리개 시절부터 취준생 쭈구리 시절까지 한결같이 나에게 쓴소리 웃긴소리 다해주고 예나 지금이나 나랑 맛난거 먹으러 다니는 이가 신뢰가 가고, 1년에 한번 만나더라도 일관되게 자기 페이스로 인생을 꾸려나가는 이가 매력 있을 수 밖에. 아니면 어느날 알게 됐는데. 그가 그런 삶을 살아왔다는 걸 알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스몰 비즈니스가 브랜딩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인격의 씽크를 맞추기 쉬우니까. 그리고 커머스 업체들이 브랜딩에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판매를 위해 구체적인 표정을 내보인 적이 없으니까. 목적지향적인 특성 상 인격의 구현이 어려우니까.


 일관성을 갖춘 인간은 예측이 가능하고 신뢰가 가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드는 것 처럼, 브랜드 또한 구축이 잘 되어 있으면 광고비를 더 쓸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가 매력을 갖추기 위해 신언서판 중 언만을 다룬다면 그것은 곧 허상에 불과하게 되는 것 처럼. 브랜드도 신언서판을 고루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매력적인 인격 하나를 창조하기 위한 작업이라면. 그게 어떤 직군 - 기획/디자인/마케팅-의 플레이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명확하다. 신언서판은 고루 갖추는 것이지 하나를 갖추면 하나가 따라오는 게 아니듯이.


-


 업계에서 허구한 날 이야기하는 애플의 브랜딩이라는 건 결국 그러한 일관성, 인격의 투사에서 나온다. 물론 이는 연출된 이미지다. 잡스는 중간에 경영 악화로 쫓겨났던 전례도 있고 실제로 상사로 만나면 최악일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증언했다. 그러나 그 연출은 최소단위가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적어도 그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결벽증, 무균의(?) 태도가 계속해서 구현되어 왔으니까. 


 그래서 나는 결국 애플을 이야기하면 삼성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이야말로 돈이 되는 모든 걸 영리하게 추구해온 기업이고, 이를 가장 잘 하는 존재다. 


그러니 사람들이 삼성을 볼때 애플만큼 매력을 못 느끼는 점도 당연하다. 잡스가 회의시간에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라-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고 우리는 '오오..애플'이라고 하지만. 이건희의 디테일한 사업지시에서는 '아 대기업 회장은 다르네 ㅎㅎ' 정도가 보일 뿐이고 그의 어떤 성격과 표정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나 같은 이는 거기서 악독함을 읽어낸다). 


 때문에 삼성의 브랜딩은 끊임없이 '나는 이제 달라졌습니다!'라는 선포일 수밖에 없다. 삼성은 믿을 수 없으니까. 물론 나는 그런 브랜딩 구축도 웬만해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도 사실 좀 사는 거 개판이어도 어떤 시기가 올때마다 '야 그래도 애가 기본 빵은 하네?'라는 생각 드는 이가 있지 않은가. 경조사도 꼬박꼬박 챙기고 뭐 성격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당연히, 이런 자들은 항산항심으로 산 자들만큼 매력을 가질 수는 없다. 브랜딩=매력 가꾸기와 같다면, 어떤 브랜드는 그리도 잘 해내고, 어떤 브랜드는 고생하는 것도 자연스레 이해가 될 수밖에. 어느 날 갑자기 우리보고 '자! 지금보다 매력을 만들어봐' 라고 하면 이게 쉬운 일은 아닌 것 처럼. 


-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 삶도 단체도 결국 이러한 선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까지는 막 필요한 일만 챙기면서 살다가, 오늘부터는 뭔가 대의를 쫓는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나는 매력의 핵심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한다.특히 그게 브랜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매력을 갖추기 위해 바뀔려면,  원래 가지고 있던 투두리스트를 애시당초 바꾸거나 포기해야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떤 걸 포기하고 어떤 걸 채워넣야 하는가? 쉬운 게 아니다.


-


 포기 안하면? 무섭게도 개개인은 기억력이 약할지 몰라도, 집단은 모든 걸 기억한다. 그래서 선포하고 나서 바뀌지 않으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그래서 한 존재가 걸어온 길은 선포하고 바꾼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를 짓누르고 괴롭힌다. 모두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끊임없이 지우면서 새로운 길을 내야 하는데.  그 방식이 이전의 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는 셈이다.


 물론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 선포하고 났으면 그 선포에 걸맞는 삶을 살아가면 된다. 여러 아티클을 읽고 나니 고민이 더 깊어진다. 브랜딩은 정말 초기에 구축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건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찾아낸다면 내 인생에도 큰 경험이 되겠지. 처음부터 했어야 가능한거라고 하면 너무 의미없고 싫잖아. 


 그리고 사실 요즘 브랜딩이라고 하면 다 개인 인격의 투사, 개성, 스몰비즈니스만을 이야기하지만...맨날 하는 얘기에 항상 반감을 가진 나는 뭔가 한번 역전극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10년만에 청첩장 준 그 놈이 사실 알고보니 진국이야. 같은. 그러면서도 또 스몰 비즈니스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복잡한 시간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의 의미를 찾기전에 기본권부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