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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ul 19. 2020

일의 의미를 찾기전에 기본권부터.

일의 성취와 보상에 대한 좋은 글. 그런데 다른 이들에게 말하기 참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1.


 나에게 일이란 효율이나 성과,보상보다 책임감이나 신뢰 문제인 경우가 많다(그렇다고 월급 안줘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ㅋㅋㅋ)나는 비교적 계산을 따지지 않으려는 축에 속한다고 자신한다. 무슨 일을 하건 나에게 무언가가 남는다는 생각으로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 센스나 뛰어난 퍼포먼스는 없지만 그게 그나마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온 힘이다. '어쨌든 무엇인가는 나에게 남는다'는 그 믿음 말이다.


2.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내가 그런 생각이 입증되는 경로를 밟아왔기 때문이다. 개인 단위에서 느낀 문제야 많았으나, 노동시장 전체를 조망했을 때 나는 너무나 좋은 조건에서 직장생활을 해왔다. 그 덕에 이런 순한 (?) 발상도 한다. 즉, '무언가 남으니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은 내 타고난 성격도 아니고 자질도 아니고 그냥 내가 밟아온 경로를 통해 형성된 편견이라는 뜻이다. 


   칼럼을 쓰신 분이 말씀하신 바 처럼 조직이 월급 이상을 줄 준비가 없고 등골 빼먹을 생각만 하면 월급쟁이는 절대 월급 이상 기여를 할 생각이 없다. 그럴 수도 없다. 그게 당연하다. 때문에 돈만큼 좋은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해 더 매진하라는 얘기는 맥락의 단위를 좁힌 상태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런 준비가 됐고 경험이 쌓인 조직, 동료, 상사가 1:1로 이야기 할 때 의미 있지 어떤 꼰대들처럼 '요즘 애들은~'어쩌고 하는 일반론으로 이야기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 개인이 가진 열정이 성취로 이어질 거라는 말이 일반론이 될 만큼 일자리 퀄리티나 의식수준이 좋은 사회가 아니다. 노동강도는 아직도 높다. 옛날에는 이러한 부조리를 감당할 만큼 일하는 의미가 있었으려나. 세상은 더 좋아지고 내 삶도 더 나아질 거라는....그러나 앞으로는 없다. 


 3.


 일을 통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면 사람도 사회도 균형을 갖춘다는 시점으로 자연스레 옮겨가기 마련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 에너지의 적절한 배분. 적절한 규모 등등. 


 내가 일 10시간을 투여해서 월급을 1년에 10%씩 올려봤자 집도 사기 어렵고 성취감도 없고 노후도 보장이 안된다면, 그냥 8시간을 어찌어찌하고 월급은 한 1~2% 오르거나 그대로여도 집에 와서 취미생활을 하는 삶이 훨씬 낫다. 어차피 8시간만 투여할 곳이라면 직장 동료에게 왜 굳이 신경을 쓰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게 더 균형을 갖춘다는 목표에서 더 적합하다.

 사람들은 직감으로 안다. 내가 여기서 더 용을 써봤자 사장/상사놈은 나를 등쳐먹을테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동료도 정부도 내 편이 아니라는 걸. 월 200도 안주면서 '요즘 애들 태도' 운운하는 중소기업들이 사람값이 그간 너무 저렴해서 인건비가 오르면 어떻게 사업하냐고 아우성을 치고 최저임금 결정회의에서는 '용돈벌이에 왜 그 돈을 줘야 하냐'는 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열심히 해야 하는가? 2030은 점수 안나오는 짓은 하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란 세대인데 꼰대들이 '월급 이상을 해라'라고 하면 그걸 듣겠냐고요... 


4.


 때문에 나는 개개인의 열정이니 조직의 문화니...이런 것들 이전에, 일을 좀 더 건조하게 대하는 태도와 노동법의 엄격한 집행이 더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사람은 냉정하게 월급 준 만큼 한다. 사업가는 임금은 제대로 제때 지급하고 자신이 주는 월급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최소한 노동법은 지킨다. 안지키면 잡아가진 않더라도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벌금을 때리는 정도는 되야 한다. 


 어쩌면 월급 준 만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세상은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는 특히나 더 공감했던 말들. 만약 일의 기본 조건들이 해결됐다면 어쨌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의 의미를 다양한 시각에서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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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생각해보면 월급만큼만 일하겠다는 것은 월급 외에는 일할 동기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열정을 불태우게 하는 데 회사 경영층이 실패했단 의미도 됩니다. 수많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월급 그 자체는 위생요인이지 동기요인이 아닙니다. 즉 월급 없이는 건강한 삶을 살 수가 없기에 어느 수준 이상의 월급은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은 ‘일’ 그 자체가 갖는 의미와 보람에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시장에서 교환의 대상인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대체로 결정이 됩니다. 노동 역시 노동시장에서 교환의 대상이라는 성질을 갖고 있는 만큼 그 부분에 한정해서라도 수요·공급의 원리를 적용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공급자인 내가 아무리 월급을 더 받고 싶어도 노동수요자인 회사가 지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면 회사를 떠나는 방법 외엔 없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 수요·공급에서 오가는 대가가 단지 월급만은 아니고 보람과 성취감, 소속감 등도 포함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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