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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점은 옛날 장점

by 줄타기인생

최적화, 경로의존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예전에 해왔던 행동들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지금의 태도,액션 등은 예전에 내가 살아온 방식들의 틀 안에 있기 때문에 그걸 바꾸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고 있다.


예를 들면....인스타 계정을 운영 잘해서 유명해진 업체가 유료광고도 잘 할까? 그런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근데 그 업체는 왜 인스타그램 플레이를 잘 하게 되었을까? 첫째, 회사가 그 채널 말고는 살 길이 없었다. 둘째, 회사가 가진 리소스가 모두 거기에 맞춰졌다. 셋째, 그렇게 하다 보니 강점이 생겼고 더 거기에 집중하게 됐다. 역으로 인스타 계정을 운영 잘하는 업체 중에 페이드광고를 계속 도전하고 싶은 브랜드도 존재한다.


역으로 광고에는 통달했지만 인스타 계정 운영을 잘 하고 싶은 업체도 있을 텐데, 이들 또한 아까와 같은 이유로 -리소스 집중 , 회사가 살기 위해 택한 일, 강점주의 -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물론 둘 다 나름 장단점을 갖고 있으나 누가 살아남을지는 시대가 결정해주기 마련이다. 무신사와 쿠캣이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 와서야 다들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근데 나는 사실 조직의 운명보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선택에 관심이 간다. 어느 순간 이 조직이 만들어온 경로가 내가 가고자 하는 경로와 다르거나,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누구나 온다. 일은 연속적이기 대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과 계속해서 결별해야 함에도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비전에 공감하더라도 방법을 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기간을 뭐라고 해야 할까....퇴사의 계곡? 이 계곡을 못넘어가면 사람이 떠나거나, 지지부진해진다. 지금의 내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이야기다.


물론 꼭 넘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걸 넘어야만 성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그걸 못 넘는 게 개인이 가진 역량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는 그게 일이건 삶이건 생각보다 옛날의 방식에게 항상 발목이 잡혀 살고, 그 방식은 과거에 우리가 최선이라 생각하며 선택한 방식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하지. 그게 일만 그러겠는가..우리 삶도 다 비슷하다. 이 문제에 대해 맥락을 좀 떼놓고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은 마르크스의 "죽은 세대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리를 짓누른다. " 가 아닐까. 죽은 나(과거)의 전통이 악몽같이 오늘의 내 머리를 짓누른다! 준비를 잘 해왔으면 계곡을 넘게 되나?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그렇다면 우리 삶은 언제까지 계곡을 넘고 넘어야 할까. 좀 피곤한 일이지...근데 또 넘는 맛이 쫄깃한 것도 사실이다. 항상 그게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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