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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는 이유

샤넬 립밤이 알려준 가성비 법칙

보이드샤넬 립밤

by 줄타기인생

싼거 여러개 사느니 비싼거 하나 사서 오래 써. 사실 이 말은 가격비가 4:1~5:1 정도 되어야 성립한다. 4:1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가성비의 영역이 작동한다. 보이드샤넬 립밤을 쓰면서 든 생각이다.


네이버쇼핑 기준으로 현재 보이드샤넬 립밤의 가격은 46,000원이다. 유리아쥬는 1만원 정도다. 이동욱의 비현실적인 사진을 보면서 아이고 남자 립밤까지 샤넬을? 이라고 생각한 나 자신을 반성한다. 현웅이의 선물로 쓰기 시작했는데 몇달 후에 결심했다. 그냥...앞으로 계속 이거 사서 써야겠네.


뭐가 제일 좋냐고 하면? 샤넬이니까 안 잃어버린다. 매년 유리아쥬를 서너개씩 사나르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기분 탓이라고 하기에는 내 입술에도 잘 맞는다. 내가 립밤을 바르는 걸 본 애인이 ‘선배도 샤넬 쓰는 남자가 됐군’이라고 즐거워 한 것은 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비싼 상품이 제 값만큼의 가치 (그게 내구성이건 이미지건)를 하는 건 드문 일이다. 샤넬 같은 브랜드가 아닌 이상 우리는 고가에 대한 불신에 시달린다. 리뷰에 흔들리고 헛돈 쓰면 어쩌나 고민한다. 물건을 팔면서 바뀐 점이 있다면 세상의 많은 제품들의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사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내 상상보다는 적다. 가치에 비해 비싼 제품은 사기의 결과라기보다는 회사의 어쩔 수 없는 한계와 생존의 몸부림이 만들어낸 결과일 때가 많다.


그런 사실을 안다 해도 ‘비싼 거 사서 오래 쓰기’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입증된 비싼 것들은 4:1의 법칙을 초과하기 마련이다. 그런 법칙 정도야 가뿐히 넘어서는 -가성비를 더이상 따지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뭐 지금은 립밤 정도에서 만족하는 수밖에. 근데 혹시, 프라다 머니 클립도 이런 느낌으로 팔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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