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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는 이유

세련되고 싶어 샀습니다.

스튜디오 피타 스플래쉬 롱 인센스 홀더

by 줄타기인생

세련됐다는 말만큼 세련된 칭찬이 있을까.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말 베스트 3에는 꼭 들어갈테지. 사전을 찾아보니 서투른 곳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가다듬고 단련함. 이라고 나온다.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표현들 뿐이다. 능숙함. 가다듬기. 단련. 갈고닦음.

나에게 세련된 사람이란 크게 두가지의 의미다. 하나는 디테일한 취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이를 테면 쉽게 떼어지지 않는 상품의 스티커에 혀를 찰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아끼는 코트의 주머니에 절대 단 한번도 물건을 넣지 않는 사람. 좋아하는 향이 있고 그것을 공들여 고른 향꽂이에 피울 줄 아는 사람. 굳이 트레이를 사서 자신의 소품을 정리하는 사람들 말이다. 실제로 다 내가 듣는 순간 ‘세련됐다’라고 느낀 편린들이다.


나는 셔츠는 다려입어놓고 바지에 고양이 털은 떼지 않거나 양말은 빵꾸가 나 있고, 향은 대충 소주잔에 소금을 부어 꽂아서 피우며 머리는 깔끔하게 잘라놓고서 면도는 깜빡한다. 다이소 스티커도 1년째 안떼고 좋아하는 가방도 보부상처럼 들고 다니다가 쉐잎을 망쳐버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세련은 그냥 포기하고 다른 이의 세련을 즐기기로 했다 (본능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그냥 꾸준히 일관된 무엇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자신을 계속 갈고 닦는 사람들이다. 나에겐 안타깝게도 전자와 후자를 다 갖춘 경우가 주변에 많지만 (스티커를 한탄했던 그 친구도 그러하다) 후자는 나도 꾸준히 해볼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늘 생각한다. 사실 앞 뒤 다 어느정도 통하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태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지만 자신과 자신이 쓰는 것들에 대한 디테일함은 꽤 멋들어진 일이기도 하니까. 제대로 된 향꽂이를 처음으로 산 이유가 세련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면 좀 변명이 될까. 디자인도 편리함도 마음에 든다. 왕소금 부어서 꽂아 쓰는 것보다는 훨씬 진일보했지만, 결국 이유의 측면에서 또 끝단은 챙기지 못했다. 아, 이렇게 세련의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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