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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19. 2024

모두가 매출을 알 필요는 없지만

알아야 될 사람들은 확실히 알아야 한다.

브랜드 내에서 '매출/이익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할때도 고민했던 주제다. 프리랜서를 하고 나니 대표님들을 통해서 비슷한 고민을 많이 듣는다. 이와 관련된 몇가지 단상. 나만의 생각은 아니고 연말연초 리뷰&계획 과정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다.


1. 사람들은 어느 정도로 매출/이익에 관심이 없는가? 내가 거쳤던 조직들은 대체로 다 커머스에 올인한 조직들이었는데. 이런 조직들의 구성원들조차도 1/3 정도만 대시보드를 확인했다. 담당자분의 한숨을 잊을 수가 없다. 매출/이익은 정말 관심있는 사람만 관심있다. 그런데 나는 이게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의 모든 액션이 직접 돈을 벌어오는 활동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로 돈을 버는 것 같아 보이는 일 조차도 무수히 많은 비-매출 액션과 연동돼 움직이는 것이다.


2. 때문에 매출/이익에 대한 감각을 모두가 똑같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낫다.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다. 마케팅&콘텐츠&상품기획&유통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파트이기 때문에 이들이 매출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디자인은? CS는? 이들의 액션은 전체 흐름에서는 당연히 이익과 큰 연관이 있으나 실무자 단위에서는 자신의 액션이 어떤식으로 기여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매출에 기여하자' 라는 막연한 목표보다는 해당 카테고리와 회사 매출의 관계에 대한 회사 나름의 로직을 설명하고, 그 카테고리의 주요 목표/지표에 집중하게 해주는 것이 맞다.


3. 이를 테면 디자인의 목표는 무엇인가? 커머스 조직에서 디자인 업무란 쾌적한 구매를 위해 모든 시각요소를 최적화하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대표적으로는 상세페이지의 기획/제작/개선이 있다. 근데 상세를 바꾼다고 해서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뛰는 경우는 잘 없다. 보기에 좋고 편하다고 해서 당장 매출이 바뀌지 않는다. 패키지 디자인은?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브랜드 인상을 심어주는 한 요소일 수 있지만 이게 매출과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아무도 답할 수 없다. 디자인 파트에 '매출을 같이 고민 해보자'라고 해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4.예를 들면 매출개선의 요인으로 흔히 추천되는, 데이터 베이스의 상세페이지 개선은 과대평가 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상세페이지 체류시간이 짧은 이유가 광고를 보자마자 구매해서인지 진짜 우리 제품이 노잼이어서인지 어찌 알 수 있는가? 스크롤 뎁스가 늘어나면 매출이 늘어나는가? 광고를 부을 수 없다면 어떤 상세페이지가 전환율 높은 상세페이지인지 어떻게 파악하나? 개선 후에 상세가 진짜 좋아졌는지 알기 위해 모든 광고를 꺼버릴 용감한 사업자는 몇이나 있는가?


5.그렇다면 차라리 내부의 정성 반응을 기준으로 매끄럽게 잘 읽힐 수 있는 플로우 개선. 판매 채널 타깃을 반영한 디자인 요소 개선 등의 목표를 잡고 움직이는 것이 집중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CS도 마찬가지. 아무리 CS 경험을 개선한다고 해서 당장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메뉴얼의 구성이나 응대속도 개선 등의 전체 목표와 장기적으로 연관있는 목표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지표들도 연 단위, 분기 단위에서 매출 관련 지표들과 연관성을 파악하고 담당자들에게 공유해주면 좋다.


6. 매출과 연관된 직종이라면 매출의 흐름을 계속해서 숙지하는 것이 좋다. 마케터/MD/콘텐츠PD/상품기획은 무조건이다. 이들은 매일 매일의 매출에 일희일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 우리 브랜드의 매출 흐름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월요일이면 오르겠구나. 목요일 오후엔 떨어지겠구나. 오늘 오전에는 000만원을 찍었으니 어제보다는 / 지난주보다는 적겠구나. 이번주는 전주보다 낮아졌으니 지금 무슨 액션을 해야 다음주까지 리쿱을 할 수 있을까 등등등.


7. 그런데 이 직종들도 사실 자신의 업무가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는 효능감을 한번이라도 느낄 수 있어야 매출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이익을 고민하게 된다. 아무런 권한 없이 상급자들이 지시하는 업무만 반복하는 주니어 마케터에게 매출에 대한 감각을 기대할 수는 없다. 내가 뭔가를 했는데 -> 이게 좋아졌다 / 나빠졌다 라는 반복이 매출에 대한 기쁨과 슬픔을 만들고 그게 곧 감각이 되는 것이다.


8. 원리는 간단하다. 권한이 없는 곳에 체감도 없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곳에 목표도 없다. '자 매출을 고민하자!'라고 해봤자 남의 얘기가 될 뿐이다. 우리가 회사/상급자가 연초마다 떠드는 매출목표에 답답해졌던 이유 중 가장 큰 건 '내가 뭐 열심히 한다고 이게 되냐?'였음을 생각해보자.


9. 그렇다고 해서 회사 사람들 중에 소수만 매출에 관심을 가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모두가 회사가 돈을 번다/못번다/문제가 있다/없다의 막연한 흐름은 알고 있으면 좋다. 그럴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 어렵더라도 매일의 매출과 효율을 공지하고 언제든 쉽게 찾아보게 해야 한다.


10. 숫자라는 것은 원래 낯선 것이기 때문에 반복 숙달하지 않으면 굳이 찾아보지 않게 된다. 매출/이익은 회사의 호흡활동이나 마찬가지다. 매번 눈치채지 않아도 이뤄지고 있다. 갑자기 줄거나 늘면 뭔가 이슈가 있다는 얘기다. 익숙해지고 파악되면 의식이 명료해진다. 그걸 매일 의식하고 일희일비한다고 뭐가 당장 바뀌진 않지만 기저에 깔고 움직인다면 적어도 잘못된 판단을 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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