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솔로몬 저
이 책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수백 이상의 다양한 정체성과 가족들을 10년간 인터뷰 해 쓴 책이다. 청각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복합장애. 신동. 강간피해자의 자녀. 범죄자가 된 자녀. 트랜스젠더. 그리고 이 모든 인터뷰를 진행한 뒤 게이로서 여러 과정을 거쳐 아버지가 된 저자 자신의 이야기까지. 각각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인터뷰와 당사자들의 적나라한 현실. 해당 정체성들을 둘러싼 사회의 윤리적 / 정책적 딜레마와 역동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수화를 기반으로 한 농인(청각장애인) 커뮤니티의 자부심과 청각장애를 예방하고자 하는 의료적 개입간의 갈등. 아직 원인을 알 수 없는 자폐증을 둘러싼 가족과 정책의 혼선. 충분한 예산과 예방이 투여되지 않아 계속해서 늘어가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열악한 상황. 마찬가지 이유에서 예방에는 관심 없고 처벌에만 관심있는 사회가 만드는 범죄자의 증가 추세. 인정받지 못하면 자살하고 인정받으면 살해당하는 트랜스젠더...미국 사회 중심의 사례들이지만 '부모와 다른' '비장애인 남성과 다른' 존재가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인간의 존엄과 사회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은 1000페이지 가까운 인터뷰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을 번역해준 출판사와 번역가에게도 감사하고 이 책의 정보를 알게 해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읽다보면 매 챕터 하나하나가 상상력을 부수고 들어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세계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나는 어째 이 모든 것을 선명하다고 생각했을까?
책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수많은 눈물과 고통. 갈등과 번민. 희생의 끝에 찾아오는 사랑과 관용과 다양성과 진보를 이야기한다. ’다시 돌아가도 내 아이를 택할 것’이라 이야기하는 많은 부모들과. 고난 속에서 결국 나타나고야 마는 인간의 위대함과. 그들로 인해 보다 풍요로워지고 다양해지고 관대해진 사회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우리 인생에서 정말 값진 것이란 안온함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고난과 역경을 통해서 얻어짐을. 책의 표현을 빌자면 ‘밤에 대한 공포나 고열. 상처와 비애 등의 요소가 없는 삶은 2류 오락거리에 불과하다’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내 스스로의 삶에 대한 관점을 다잡을 수 있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엄청나게 야심이 넘치는 책이고. 그 야심을 실제 엄청난 디테일과 구체성과 분량. 아름답고 정확한 문장으로 실현해낸 책이다. 모든 위대한 책들이 그렇듯 이 책을 읽게 된 후에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예전과 같을 수 없게 된다. 직관적이지 못하거나 나의 관습을 벗어나는 타인의 상황에 대해 조금 더 너르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고.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강력한 실증적 확신을 심어줄 것이다.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내 인생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렬한 책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공감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그로 인해 새롭게 용인되는 사람들뿐 아니라 새롭게 용인할 줄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이례적인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감정적인 부분과 물리적 지원 문제가 뒤섞이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진을 빼놓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이 문제의 자녀에게 감사하면서 그들의 무용담을 끝맺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우리 모두는 그들이 보여 준 용기와 우리에게 가르친 관대함, 심지어 그들이 세상을 복잡하게 만든 방식에도 결과적으로 감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