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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유물론적으로 바라보기

by 줄타기인생

1. 사전적으로 딱 들어맞는 의미는 아니지만 브랜드의 운영과 성사에 대해 관념론적/유물론적 두가지 입장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보통 시중에서 인기가 좋은 이야기들은 관념론적인 이야기들이다. 이 입장은 브랜드에 대해 아래와 같은 것들을 강조한다.


a. 브랜드의 철학

b. 브랜드가 주는 본질적 가치

c. 브랜드가 구축한 세계관, 팬덤 등

d. 브랜드의 일관적인 태도.

e. 브랜드 활동을 호감 증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f. 호감->인지->판매의 프로세스

g. 브랜드를 가치의 구현으로 바라보는 것.


2. 이런 입장에서 브랜드를 다루는 책이나,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분들을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보기에 매우 매끈하고, 아름답고, 어떤 면에서는 마음먹기의 문제처럼 브랜드 운영을 바라보게 만든다.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집요함이나 애티튜드는 중요하지만 그것은 운영의 일부 요소일 뿐이다.


3. 브랜드의 성사와 운영을 좀 더 유물론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미 지금도 수없이 많은 종사자들이 겪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a. 브랜드는 이익 달성을 위한 도구이자 기회

b. 시장에서의 반응/기회와 창업자의 취향/철학은 별개.

c. 마케팅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원가구조와 가격정책의 달성.

d. 볼륨과 효율 사이의 갈등 e. 신규구매자와 재구매자의 밸런스.

f. 물류/생산의 부담감을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지 .

g. 가치보다는 실제 소비자/시장이 반응하는 쪽으로 수정해나가는 과정

h.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cs의 대응

i. 브랜드 활동을 비용 효율의 증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j. 일단 팔려야 뭐라도 생긴다.등등...


실제 운영이란 결국 돈/시간/제품의 물성에 귀속되고, 돌파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 그래서 그 한계 내에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브랜드가 실행한 과정을 좀 더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5.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데 왜 저것은 잘되고 이것은 안되는가? 그게 담당자/경영자의 철학이나 취향, 선호 때문인가? 그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아름다운 포장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유물론적인 이야기는 모두에게 너무 괴로운 이야기이기고, 모두에게 공통된 문제이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 그것은 일종의 "살 빼실려면 삼시세끼 건강하게 드시고 잠 잘주무시고 운동 꾸준히 하세요"와 같은 것이다


6. 물론 신념과 입장이 있어야 저러한 기회들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이 잘하는 것, 관심있는 것에서 브랜드를 해야만 성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할때는 성장은 시장의 크기 / 필요성의 크기가 큰 곳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데 성장이 이뤄지긴 어렵다.


7.이런 맥락에서 일전에 브랜드를 운영하는 친구 한명이, '자신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을 돈을 따라서 판매하는 곳들이 결국은 큰 성장을 낸다. 자신에세 소중한 것을 판매하고자 하면 제 3자 입장에서 잘되는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 라는 말을 한 부분이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8. 당연히 브랜드를 하는 목적은 다 다를 것이다. 정말로 이 제품이 필요해서,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큰 매출을 기대하지 않고 거기서 의미를 찾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것이 나는 훨씬 더 멋지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9. 다만 브랜드의 성공을 판단할 때, 그것을 오너/경영/실무진의 '남다른 태도'나 철학에서만 찾는 것으로는 이제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잘되고 나서 자신의 선택을 마치 일관되고, 초인적인 것 처럼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고 그것은 그다지 신뢰할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보통 선점효과이거나, 리소스 투여가 최소 어느 하나 이상 우위에 있었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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