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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Mar 17. 2016

독일의 작은 소도시, 뤼데스하임 (Ruedesheim)

리슬링의 고장, 라인강변의 예쁜 소도시 뤼데스하임 여행기

회사 출장을 나오면 거의 개인 일정 없이 빡빡하게 돌아다니는 편이었는데 ( 남들에겐 출장나가면 하루쯤은 마이리얼트립 투어 하라며 그렇게 권유하면서도!! ) 이번 독일 출장에서는 모처럼 이틀의 시간을 온전히 업무와는 상관없는, 개인 휴가에 사용을 했다. 독일은 나에게 2010년 교환학생 생활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라 이번에 방문한김에 꼭 교환학생을 했던 Koblenz 지방을 가보리라 결심하고 일정을 짰다. 그리고..

Koblenz 역에서 인증샷. 여기에 위치한 WHU 라는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했다.

결국 코블렌츠에 들려 옛날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 친구는 졸업 후 베이징과 홍콩 등지에서 일하다가, 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WHU로 돌아와 공부하던 차여서 함께 식사를 가질 수 있었다. 졸업 후에도 틈틈히 서울에서 만남을 가졌었는데, 독일 학교로 돌아와 만나니 더욱 반가웠었다. 

함께 먹은 점심 : 맥엔치즈 같은 느낌의 음식이었는데.. 슈투트가르트 지방의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뤼데스하임. 역시 교환학생때 짧게 당일치기로 방문했던 곳이었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 다시 여행을 오게 되었다.

6년전 리즈시절(?) 에 뤼데스하임 포도밭에서 한컷

공부했던 코블렌츠, 뤼데스하임 모두 라인 강변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그리고 특히 뤼데스하임은 라인강과 어우러지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유명한 리슬링 와인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와인 애호가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좋은 와인은 언제나 환영이기에... 6년전의 추억+맛있는 와인을 기대하며 방문했다. 그런데..!

뤼데스하임 시내의 풍경. 아주 작은 소도시이다.

아차!! 지금은 아직 겨울 날씨이지. 포도도 아직 안나오는데다가, 대부분의 가게/박물관들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당연히 여행자들도 거의 없는 상황. 본의아니게 인적 드문 마을에서 고독함을 즐기게 되었다...

새벽 1시 상황같지만 이것은 오후 7시 풍경 (...)

그렇다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 없는법. 뤼데스하임의 경관은 여름-초가을에 그 진가를 발휘하지만 겨울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아침일찍 일어나 포도밭을 가로질러 있는 니더발트 언덕에 있는 게르마니아 여신상을 보러 갔다. 게르마니아 여신상은 빌헬름1세가 독일 통일을 기념해 만든 전승 기념탑으로, 마을의 전경을 최고의 자리에서 볼 수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보통은 케이블카가 다니지만, 시즌이 아닌지라 운행을 안하고 있어 1시간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갔다. 

중간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포도밭의 주인(?) GEORG BREUER 에서 나오는 리슬링은 호텔에서 준 웰컴드링크로 먹어봤는데 맛이 기가 막혀 결국 한병 사왔다. 
넓게 펼쳐진 포도밭. 여름에 오면 주렁주렁 포도가 달려 있겠지.
게르마니아 여신상. 독일 통일을 기념해 만든 여신상이다. 

게르마니아 여신상까지 갔더니만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 보니 패키지 여행으로 오신 한국 여행자 그룹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패키지 여행사가 뤼데스하임을 코스로 넣었다는 것 자체가 그룹 패키지 여행도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자들의 맛에 맞춰 나름 발전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 한진관광의 KALPAK 이라는 프리미엄 패키지였다. ) 그분들도 꼭대기에서 배낭여행;; 스타일로 혼자 온 한국 사람을 만날거라 예상하진 못했는지 내가 한국말을 하니 굉장히 신기해했다. (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생각하신듯.. ) 

소박한 기념품 가게

목이 너무 말라 주위를 둘러보니 가게 하나가 있었다. 들어가보니 나이가 지긋이 드신 노신사 한분과 따님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음료수나 물을 파냐고 물어보니 허가가 나지 않아 팔지 않는다고 미안해하시다가 선뜻 물을 떠다 주셨다. 감사히 받아먹고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한국에서 왔다 하니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이 있으신 분들에겐, 여전히 한국하면 북한이 함께 연상되는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라인강과 포도밭의 조화. 여름에 왔더라면!!
마을의 중앙 광장과 교회의 모습


참새 골목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드로셀가세. 여기에 와인숍들이 주로 위치해있다.

뤼데스하임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한국 여행자 두분을 우연히 만났다. 한분은 런던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유럽을 여행하는 중이었고, 다른 한분은 그 친구랑 같이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 한국에서 오신 분이었다. "혹시..마이리얼트립 아세요?"라고 수줍은 질문을 던졌는데 아신다고 하셔서 넘 반가웠다. 한국에 돌아가면 서로 블로그글 써주고 밑에다 댓글 달기로 했는데, 혹시 달릴려나...

코블렌츠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8번 버스 정류장에서 추억에 젖어 한장 찰칵

이렇게 코블렌츠-뤼데스하임을 여행하다보니 기분이 묘했다. 6년전에는 사업을 할거라, 그것도 여행 사업이어서 사업차 이렇게 독일을 다시 방문하게 될거라 상상도 못했었는데. 그런데 처음 사업을 하고싶단 생각을 하게 만든 곳도 여기 독일이었다. 사업의 시작점 ( 실제 마이리얼트립을 하게 된건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후였지만 ) 이었던 곳에 이렇게 돌아와보니 재충전도 되었지만, 중간 결과물을 확인하는 느낌도 받았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중간에 멈춰서 어디까지 왔나 생각해볼 기회가 잘 없었는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란 말이 호텔방에 혼자 앉아있는데 저절로 나오더라. 


이제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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