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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진 May 18. 2020

꽃을 먹은 날

아카시아 텐동의 맛은?

며칠 전부터 계속 생각나는 이미지 하나.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아카시아 튀김 한 송이를 와구와구 먹는. 꽃을 먹는 장면은 지나치게 아름다워 배덕감마저 느끼게 한다. 나도 이 봄에 꽃을 먹고 말리라. 날이 좋아 산에 올랐는데 어디선가 붕붕 소리가 난다. 벌떼가 얼굴을 파묻고 꿀을 따는데 모양새가 꼭 팝콘을 튀기는 것 같다. 앗! 귀하다는 붉은꽃아카시아가 송홧가루 속에서 도도히 향을 뿜는다. 죄책감에 마음으로 인사하고 몇 송이를 냉큼 따다가 가방에 넣었다. 바다 한 번 보고 꽃 몇 번 보고 집으로 돌아와 콩기름 한 바가지를 덥힌다. 지글지글. 푸슉푸슉. 갓 지은 쌀밥에 튀김을 올리고 장을 뿌리면 텐동 완성! 암환자에게 튀김이 좋을 리 없건만 바삭바삭한 식감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완식 후 소감: 아카시아는 튀김보다 생으로 먹는 게 맛있다. 난춘의 정오에 차려 먹는 아카시아 튀김은 사치스러우나 기분전환에 적절한 계절 음식임은 틀림없다는 게 오늘의 결론.


아카시아를 튀기면 아쉽게도 향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꽃도 임산물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본의 아니게 범법. 주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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