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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송 Jun 11. 2024

조르주 퐁피두 센터

16.03.07_Pompidou Center

위치 : 파리 (Place Georges-Pompidou, 75004 Paris, 프랑스)

설계 : Richard Rogers & Renzo Piano (Feat, 더현대 설계자)

준공 : 1977 (설계기간 : 1971-1972)

연면적 : 103,305 sqm

용도 : 복합 문화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퐁피두 센터 정면 (출처 : Archeyes)

프랑스에서 우연치않게 국립 도서관을 먼저 방문하였지만, 첫 번째로 계획한 답사지는 조르주 퐁피두 센터였다. 건축사 강의에서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기점에 지어진 하이테크 건물의 대표주자로 배웠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 용도나 내부 공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기에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궁금했다.

퐁피두 센터 스케치 (출처 : Archeyes)

퐁피두 센터는 파리 시청사(Hôtel de Ville) 역에서 400m 떨어져 있어서 5분 정도를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파리의 거리는 언제나 낭만적이고 아름답기에 퐁피두 센터까지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 있게 걸어갔다. 그리고 이런 전통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퐁피두 센터가 있으면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떠올리게 되었다. 

퐁피두 센터 첫 조우

하지만 퐁피두 센터를 보자마자 주변과의 대비, 어색함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빨간 계단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 건물에서 빨간색은 이동 동선을 상징하는 색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따라가면 되는 색상이다. 빨간색상과 길게 연결되어 있는 계단은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웠다. 계단 뒤로는 격자형 철골구조와 가새는 격자 배경을 만들고 있고, 모든 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내부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박스형 건물이지만 계단과 원형 홀로 인해 다양한 깊이감이 느껴지고 구조가 밖으로 노출되면서 생경한 모습의 건물은 나름의 멋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정면에서 보이는 건물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건물 가까이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평평해 보였던 광정이 경사져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말 놀랐다. 주변을 보니 앉아있는 사람은 모두 퐁피두 센터를 향하고 있고, 내려가는 사람도 주변을 둘러보기보다 앞에 있는 건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강렬한 계단 디자인이 이목을 끄는 점도 있지만, 경사진 광장이 퐁피두를 향하는 방향성을 만들고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퐁피두 센터 앞 경사진 광장

그렇게 경사진 광장을 따라 입구 앞에 도착했지만, 첫 동선으로는 강렬했던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할 것 만 같았다. 그리고 원형 입구 안으로 들어가니 계단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유리 바깥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 작동 소리가 홀 내부에 울리고 있지만, 대조적으로 내가 바라보는 풍경은 전통적인 파리의 모습이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파리 도시를 바라보며 올라가니 마치 관람열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책에서 볼 때 퐁피두 센터의 상징과도 같은 원형에스컬레이터는 조형적인 디자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관람하는 파리풍경은 장관이었고, 이 경험을 위해 긴 에스컬레이터 동선을 계획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설계자도 파리의 풍경에 감동했고, 건물 전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다양한 시점에서 파리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퐁피두 센터 전면 에스컬레이터
파리 풍경

에스컬레이터는 각 층으로 연결되어 있고, 좌측으로 같은 단면을 가진 원형 진입복도로 이어져있었다. 이 원형 복도는 건물 내부로 이어지기도 하고, 좌우로 뻗어 있어 외부로 나갈 수도 있었다. 파리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기에 건물을 들어가기 전까지 설계자는 계속해서 다양한 풍경의 파리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진입동선이자 전망대 역할을 하는 긴 원형 홀 / 외부
파리 전경

이렇게 파리를 관찰하고 나서 다시 지상층 입구로 진입하기 위해 내려갔다. 광장을 지나 짐검사를 마치고 들어가서 마주친 내부 모습은 광활한 평면이었다. 기둥이 하나도 없이 트러스 구조로만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 건물은 크기가 166 x 60 m 정도라고 하니 내부공간이 150 x 50m 정도라고 해도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이다. 그런데 기둥 없이 트러스로만 지탱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고, 이 건물이 7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는 것에 한번 더 감탄했다. 구조는 건물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평면과 상충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양한 평면을 가져야 하는 도서관, 전시관, 미술관 등은 특히 구조가 평면에 한계를 설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퐁피두 센터에서는 거대한 트러스를 통해 자유로운 평면을 완성하였다. 특히 파티션 벽이 없고, 경사진 광장만큼 높이가 합쳐진 지하 1층 로비에서 그 광활함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로비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하였고 중간중간 서점과 기념품샵에 들려 엽서도 구매하였다. 

그렇게 아무런 제약도 없는 수평면에 감탄하다가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파란 색상의 덕트였다. 공조 시스템(냉난방)을 상징하는 파란색 덕트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천장마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정돈된 공조 덕트가 그 디자인을 대신하였다. 천장이 높아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파란색 덕트 안쪽으로 초록 색상과 노란 색상의 파이프도 보였다. 배관을 상징하는 초록색과 전기를 상징하는 노란색 파이프였던 것이다.

광활한 지하 1층 로비

천장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하여 로비에서 연결된 1층으로 이동하였다. 로비 중앙 부분은 1층까지 오픈되어 있었지만, 양쪽 외곽으로는 카페, 갤러리, 영화관과 도서관 입구가 있었다. 먼저 갤러리로 올라가서 전시를 관람하기보다 천장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아직 공조 덕트, 배수 파이프와 전기 파이프 도면을 그려본 적이 없는 나는 그 크기와 양이 압도적으로 차이 난다는 것을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기 전에는 파란색 덕트만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 안쪽으로 아주 얇은 초록색과 노란색 파이프가 자리 잡고 있다. 일생동안 많은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냈고, 다양한 시스템(기계 및 설비, 배관, 전기)을 사용했지만 한 번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낸 퐁피두에서 건물이 작동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공조 시스템과 배관 및 전기 전달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즉, 시스템 요소에 색상을 칠함하고 노출시킴으로써 사용자는 건물을 작동시키는 이면 요소까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하1층 로비와 1층 겔러리에서 본 트러스&파란색 덕트

천장을 관찰하고 나서 1층 도서관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3층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공도서관답게 책이 비치되어 있는 공간, 공부하는 공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공간, 회의실 등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도 역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조와 설비시설이었다. 로비와 마찬가지로 도서관도 공기 순환이 중요하기에 공조 덕트가 천장 전체를 덮고 있었다. 보편적인 구조(철근콘크리트, 철골)에서는 구조 아래로 설비가 지나가기 때문에 천장 마감이 없으면 정리되어 보이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트러스 구조를 활용하니 트러스 사이로 파이프가 관통할 수 있었고, 트러스가 모든 덕트 및 파이프보다 아래에 규칙적으로 배치되다 보니 느슨한 천장마감을 한 것처럼 정리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정말 퐁피두는 공간 계획보다 구조와 덕트 및 파이프의 관계를 해결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것 같다.

퐁피두 도서관 내부 풍경

도서관을 둘러보고 4-6층의 뮤지엄으로 향했다. 뮤지엄 입구에 도착해서 사진을 한 장 찍으며 눈에 들어온 것은 환기 시스템을 상징하는 하얀색 덕트였다. 전시를 위한 파티션벽으로 인해 광활한 공간을 느끼기는 힘들었고, 이따금씩 보이는 트러스 구조와 덕트들로 인해 이곳이 아래층과 같은 구조와 설비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파티션 벽을 관통하는 구조로 인하여 파티션 벽 또한 모든 위치를 정하고 홈을 만드는 계획을 해야만 했다. 퐁피두 센터가 하이테크 건축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모든 작업이 수작업을 하듯이 하나하나 관계를 맞추고 정리해야 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뮤지엄 입구 / 천장 구조와 덕트들 (출처 : Guia.melhorsedestinos)

뮤지엄을 둘러보다가 5층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베란다가 있었다. 이곳에서 전체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내부 트러스는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로서 메탈 색상을 그대로 노출하였는데, 외부에서는 비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하얀색 페인트를 칠했다. 그리고 전체적인 하얀 구조(기둥, 가새, 트러스)가 전체 건물의 프레임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눈에 들어온 점은 독특한 구조 형태였다. 구조의 기능적인 측면을 충족시킨 조건 하에서 디자인적인 측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퐁피두 센터는 건축의 공간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마치 조각을 하듯이 하나하나의 요소 자체를 디자인한 것이다. 기존에 건축은 공간 그 자체라고 생각했었는데, 퐁피두를 통해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 디자인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베란다에서 일정시간을 보낸 후 다시 원형 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5층 베란다에서 관찰한 퐁피두 센터 구조 디자인

10만 제곱미터가 넘는 거대한 퐁피두 센터를 직접 답사하면서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 건물이라는 피상적 지식에서 벗어나 전혀 예상치 못한 관점을 여러 개 발견할 수 있었다. 거대한 건물이기에 다양한 프로그램 - 로비, 도서관, 뮤지엄, 영화관 등-을 담아내야만 했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자유로운 평면을 계획할 수 있는 구조 계획이 핵심적인 주제가 되었을 것이다. 설계자는 격자형 구조와 트러스 구조를 결합하여 광활한 내부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동시에 구조를 강조하기 위하여 기능적인 강도를 충족시키면서 각 부재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건축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공간을 만드는지에 대한 개념과 방법론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퐁피두 센터를 답사하 고나니 건축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작동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임을 느꼈던 것 같다. 


# 퐁피두 센터를 나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아무리 페인트를 칠했더라도) 구조를 외부에 노출시켰기 때문에 주기적인 유지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찾아보니 2024년 올림픽이 끝나고 5년간 전체적인 보수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림자진 퐁피두 전경



<참고 도면 및 자료들>

배면도 (출처 : Archello)
단면도 (출처 : Archeyes)
진입부 원형 홀 상세도 (출처 : Archeyes)



#세줄 요약

- 경사진 광장과 건물의 관계 설정 / 에스컬레이터 동선과 파리의 관계 설정

- 다양한 시스템(구조, 기계 및 설비, 배관, 전기)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

- 강조하고 싶은 건축 요소 자체의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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