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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음 Jul 28. 2021

메마른 마음에 필요했던 것은


소망이 손끝에 닿을 것처럼

가까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늘 마음이 쓰이는 한 친구의 삶에서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을 경험합니다.


그 친구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

"다시"에 능한 친구입니다.

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도

다시 살아가기 시작했고, 다시 웃고

다시 자녀 둘을 키워내고 있으니까요.


매번 다시 용기를 내어 보아도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여러 도움이 필요했고,

여러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면

친구는 자신의 일처럼 나섭니다.

"(눈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거야."라는 말은

친구에게 통하지 않았지요.


식사를 챙겨줄 어른이 없는

동네 아이들이 그 집에서

끼니를 때우고 갔고,

부모에게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아픈 이야기를

친구는 가만히 들어주었습니다.

(코로나로 이런 만남조차도

쉽지 않게 되었네요)


친구는 그중 유독 한 아이를

챙겼습니다.


키워 준 할머니를 무척 아끼는

아이의 마음이 선하고, 애틋해서

도움이 될 것들을 늘 찾았지요.


그러던 중에 아이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었습니다.

"이 장학금 계속 받으려면

성적이 좋아야 해."


친구의 하얀 거짓말을 들은 후

아이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했고,

교회 제자반에서 말씀을 배우며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씩씩한 친구이지만,

코로나로 교회에 못 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로움이

깊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나마 친구는 동네 골목에서

교회 분들을 만납니다.


예수님의 손을 닮은

이들의 손길이 모여서

친구를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그렇게 일어선 친구의 긍휼함으로,

한 아이가 일으켜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선 아이의 이야기는

그분을 떠올리게 하며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마른땅에 꽃이 피게 하시고

마른 뼈에 살이 붙게 하시는,

소망을 시작하시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심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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