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로, 마음 토닥토닥 -
고레에다 히로가즈.
그가 또 수많은 울림을 던져놓고 갔습니다.
<아무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이렇게 따뜻한 시선을 가진 감독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격스럽더군요.
영화 <공기인형>에서
그가 선택한 소재는 좀 당황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공기인형, 일명 섹스돌(sexdoll).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를 만들던 그가
이런 소재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주인이 출근하고,
슬며시 침대를 빠져나온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햇살에 비친 반짝이는 빗방울을 발견합니다.
빗방울에게 "예쁘다"는 말을 한 후,
노조미는 조금씩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녀는 세상을 처음 만나는 아기처럼
하나 둘 배워나갑니다.
인간의 악한 욕망도,
사랑도, 고통스러움도.
"생명은...
혼자서는 채울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꽃도 암술과 수술만으로 부족하고
곤충이나 바람이 있어야 수정이 된다.
생명은 빈 공간을 가지고 있고,
그 공간은 다른 사람만이 채울 수 있다.
아마 세상은 이런 사람들의 총합.
하지만, 우리의 서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알게 모르게 조각나는 것과 함께
무관심으로 있는 관계.
나도 어떤 때는 누구를 위한 곤충이었을까?
당신도 어느 때는 나를 위한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공기인형> 중에서 -
세상의 모든 것을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는
노조미의 눈으로
감독은 세상에 대한 시를 써내려 갑니다.
외롭다는 말조차 들어줄 이 없는 이들에 대해,
바다, 바람, 햇살, 빈 유리병에 든 딸랑거리는 동전 소리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냈던 아름다운 것에 대해.
노조미의 입을 빌려 시를 낭독합니다.
나에게는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에게는 내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지독한 외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공기인형.
하지만 감독이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고 있던 것은
우리가 말하지 못한, 그러나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요.
꼬랑지)
노조미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텅 빈 그림자(공기가 든 인형이기에)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모습,
사랑하는 남자에게 노조미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던 행동(스포일이기에 쉿~)은
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아, 사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더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