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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말이 없어도

by 이은주




대빗자루로 깨끗이 쓸어 놓은

아침 흙마당이 나를 가르친다


나무 책상 위에 단정히 놓인

공책과 만년필이 나를 가르친다


낡고 편안한 의자가 햇살 아래

내 몸을 받아주며 나를 가르친다


누구인지 모를 그가 나를 가르친다

말이 없어도 가만히 나를 가르친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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