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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지는 게 이기는 거란다

by 이은주



지는 게 이기는 거란다


꽃이 아름다운 건

지는 때가 있기 때문이란다


꽃이 지면 그 자리에

눈부신 열매가 익어간단다


그악스레 지지 않으려 하면

스스로 짓이겨질 뿐이란다


이제 져야 할 때이다

한번 비워야 할 때이다


나 기꺼이 떨어져

가없이 피어온 저 꽃들처럼


지는 꽃이 돋아 눈부신 결실을

그 열매가 묻혀 새로운 꽃들을


지는 게 이기는 거란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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