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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동그란 길로 가다

by 이은주



누구도 산정에 오래 서 있을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환희의 날들은 짧다

고난의 날들도 짧다


돌아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힘든 때도 순간인 것을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진실된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로 돌아 나오는 것을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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