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슴이 철렁

by 이은주


오후 5시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오후 7시 태권도 학원을 가기 전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그 사이 난 설거지를 시작했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윽~ 설거지 중에는 고무장갑 벗기 싫은데.. 그래도 받아야 할 것 같아 거품이 묻어있는 장갑을 벗고 휴대폰을 보니 모르는 번호다. 누구지?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받아보자 하고 받았다. "여보세요?" 다짜고짜 "ㅇㅇ 엄마죠? 나 ㅇㅇ할머닌데 ㅇㅇ자전거에 부딪혀서 애가 많이 다쳤어요. 병원 가게 생겼어요" "그래요? 어디 병원으로 가실 거예요?" "아파트 근처 병원으로 가야죠" "지금 내려갈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와~ 화가 잔뜩 나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네~'

가슴이 콩닥콩닥 도대체 무슨 일이야? 우리 애 다쳤는지는 생각도 못 하고 지갑 들고 무작정 뛰쳐나갔다.


놀이터가 있는 중앙광장으로 가서 "ㅇㅇ야, 어떻게 된 상황이야?" "내가 자전거 타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부딪혔어. 병원 간다며 갔어" "알았어, 엄마 일단 병원 다녀올 테니 여기 있어" "응"

발에 바퀴 달린 것처럼 초스피드로 병원으로 향했고 할머니와 다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는 첫째와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급생이었다.

할머니에게 "ㅇㅇ엄마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뼈 부러졌나 엑스레이 찍고 나왔는데 괜찮다고 하네요. 그래도 계속 아프면 큰 병원 가보라고 했어요" 다친 곳을 살펴보니 쇄골 있는 곳에 피멍에 상처가 있었다. "그래요?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요?" "뭐 잘 못 봐서... 애가 학원 끝나고 바로 집에 오는데 오늘따라 논다고 하더니 이렇게 변을 당했어" '어? 할머니 태도가 전화할 때 하고 다른데?' 난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는데 마침 병원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할머니가 내려고 하시는 것을 "아니요. 됐어요. 병원비 내드릴게요" "아니.. 괜찮아요.." "얼마죠?" "10500원입니다." 병원비를 내고 3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데 차가운 공기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1층 도착해서 다친 아이에게 "약 잘 챙겨 먹어" "네"


그제야 우리 애는 안 다쳤나? 하는 생각에 중앙광장으로 달려갔다.

아이를 만났다. "엄마! ㅇㅇ 많이 다쳤어?" "뼈는 괜찮고 약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 "근데 넌 괜찮아?"

"나도 다리 까졌어. 아니 달려가고 있는데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어!" 옆에 있던 동생이 한 마디 더 거든다. "엄마, 언니 울었어" "왜?" "ㅇㅇ아 울었어?" "응, ㅇㅇ 하고 서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나타나서 나한테 막 뭐라 하잖아. 집은 어디냐, 몇 동 사냐, 엄마 있냐, 전화 걸어라, 휴대폰 없다고 하니 전화도 없냐면서 몰아세우잖아" "그랬어? 많이 놀랬겠다. 앞으로 조심히 타고 다녀~ 알았지?" "응" "근데 엄마! 할머니가 뭐라고 안 해?" "응, 안 하시던데?" "하긴 엄마 표정이 좀 무섭지"

철렁 내려앉았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마저 했다.


다음 날, 학교 다녀온 아이가 얘기한다. "엄마, 학교에서 ㅇㅇ이 사과했어. 할머니가 자기 다치는 걸 싫어하셔서 그랬다며 미안하다고 했어. 그리고 엄마한테 병원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응"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우린 배우며 깨닫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 동그란 길로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