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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시가 있다

by 이은주



오월이 오고 또 오월이 오고

향기 진한 들장미가 필 때면

나는 매번 피를 흘린다

푸른 가시에 손을 찔려


고귀한 것들에는 가시가 있다


아무리 타협하고 사는 세상이라 해도

이것만큼은 절대 굽힐 수 없어,

이것만큼은 절대 내줄 수 없어,

영혼의 가시를 단호히 두른 자


고귀한 사람에게는 가시가 있다


가시를 품어 고독한 자여

푸른 가시로 속 아픈 자여

피 흘린 것들만이 진실한 것이니

상처 난 사랑만이 생생한 것이니


핏빛으로 피어 오는

오월,

장미,

푸른 가시

붉은 사랑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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