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May 08. 2020

중독의 조건

예측 불가능한 보상, 헌신, 잦은 콘텐츠 전환

뭔가에 중독되면, 중독된 바로 그것이 아니면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일종의 마비상태가 된다. 그 마비를 풀 수 있는 것은 나를 중독시킨 그것뿐이다. 그럼 이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마비시키는 중독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면,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후, 이야기에 나오는 조건에 해당되는 일들을 최대한 피하기 바란다. 이른바 중독의 조건이다.


첫째, 중독되기 쉬운 일들은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보상이 주어진다. 도박장을 생각해보자. 언제 내가 하는 게임에서 나에게 보상을 줄지 모른다. 그런데 보상이 전혀 없진 않다. 그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내가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 이제 집에 가려고 하는 순간, 바로 그 예측 못한 순간에 보상이 주어진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 뇌에 아주 강력한 교란을 유발한다. 이 쾌감이 아닌 다른 쾌감들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면서, 오직 이 짜릿한 순간을 한 번 더 맛보는 것에만 집중력을 쓰게 만든다. 낚시도 마찬가지다. 왜 가정도 버리고, 자식도 버리고 낚시에만 열중하는 사람이 생길까? 쉽다. 손 맛이 끝내주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에 오는 그 손 맛! 그것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집도 버리고, 자식도 버리는 거다.


둘째, 중독되기 쉬운 일들은 헌신을 요구한다. 시간을 헌신하게 하거나, 돈을 헌신하게 만든다. 재미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적 헌신이 필요하다. 나를 자극하는 강력한 한방이 언제나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헌신해야 한다. 도박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를 짜릿하게 하는 그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시간적 헌신을 위해 필연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돈이다. 버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지는 그 보상이 나오는 순간까지 버티기 위해서는 게임 머니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중독된 일에 시간적 헌신을 하다 보면, 다른 생산적인 일에 할애했어야 하는 시간이 없어지므로 자연스럽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즉 돈을 버는 것 없이 계속 쓰게만 되는 것이다.


우리 뇌는 이런 헌신을 어떻게 해석할까? 나쁘게 해석할까? 이제 그만두라고 할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뇌는 이러한 헌신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을 거부한다. 어떻게든 합리화시켜서 좋게 포장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 뇌다(특히 우리의 좌뇌!). 그래서 이런 식으로 나에게 속삭인다. "너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있어, 너는 이 일에 헌신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한 거야. 너에게 이 일은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야"라고 말이다. 이런 뇌의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헌신이라고 하는 중독되는 과업의 특성은 사실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에 빠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사이비 종교와 다단계는 모두 시간과 물질의 헌신을 요구해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이 이상하게 돌아갈 때, 우리 뇌는 이것에 대해 합리화를 시킨다. 나는 진짜 믿기 때문에 헌신한 것이라고, 나는 그 상품이 진짜 좋기 때문에 헌신한 것이라고. 사이비 교주의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믿음이 약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강해진다. 왜냐고? 내가 헌신한 것을 합리화시키는 내 뇌가 이렇게 속삭이기 때문이다. "네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더 헌신해!"


셋째, 중독되는 일들은 잦은 콘텐츠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이것 봤다, 저것 봤다. 콘텐츠 전환이 빈번하다. 영상 봤다가, 웹툰 봤다가, SNS 들어갔다가, 이메일 갔다가, 뉴스도 봤다가, 웹소설도 봤다가, 채팅창의 '1'이 떠서 그것도 확인했다가. 그러다가 일도 조금 하고. 아마 이것을 하고 있는 사람 본인은 자신이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착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그 사람은 그냥 잦은 주의력의 전환을 계속할 뿐이다. 잦은 주의 전환은 중독 조건 첫 번째와 두 번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잦은 주의 전환을 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한 번씩 재밌는 것이 나오면서 보상을 주고, 잦은 주의 전환을 하면서 재밌는 것을 찾을 때까지 시간과 보이지 않는 경제적 비용을 헌신한다. 그래서 중독되는 것이다.


당신의 삶을 점검해 보시라.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오는 보상들이 있는가? 아니면 월급과 같이 예측 가능한 보상을 받고 있는가?

-뭔가 비생산적인 일에 계속 헌신을 하고 있는가?

-잦은 콘텐츠 전환 혹은 잦은 주의 전환이 있는가?

이전 07화 중독: 그것 하나에서만 기쁨을 얻는 상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