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는 능력을 보면 한 사람의 인간성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하길 좋아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좋아하는 배우의 명대사를 따라한다.
좋아하는 친구의 행동을 따라하고
(그게 나쁜 것이라도 금세 배운다)
좋아하는 이성의 말투나 표정을 따라한다.
심지어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으면,
그 선생님이 가르치고 설명하는 방식을 따라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수학 선생님을 좋아했던 내 친구는
그 수학 선생님의 설명하는 방식을 따라하다가
수학을 잘하게 되었고,
영어 선생님을 좋아했던 내 친구는
그 영어 선생님의 설명하고 가르치는 방식을 따라하다가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
따라하는 것 자체가 공부요, 배움이요, 학습이라는 뜻이다.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 학습 효율을 높이는 원리가
이런 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공부에 대한 접근 방식이 좀 달라진다.
공부는 무조건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공부는 일종의 사회적 학습이다.
쉽게 말해 공부는 어떤 대상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
어떤 대상과 좋은 사이가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좋은 사이가 되고 싶어서 가까이 가고, 따라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닮아 있게 되는 것.
이런 사회적 학습이 바로 공부다.
좋은 사이가 되고 싶어서 닮아가다보니,
더 좋은 사이가 되고, 그래서 더 닮아가게 되고,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것은 심화 학습이라 할 수 있다.
억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자발적으로 따라하다보니
공부가 되어 있고, 더 친해지고, 더 가까워지는 것이 공부다.
인간의 뇌는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진화했다.
그래서 공부도 사회적 관계처럼 접근해야 잘 되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스스로 결정하여 다가가는 것.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대상을 자발적으로 따라하면서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
이 두 가지 원리 속에 모든 공부의 원리와 법칙이 숨어 있다.
누군가를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다.
따라하는 것에서 모든 대상과의 건강한 관계가 시작된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보면,
자신의 마음을 컴퓨터에 맞춰서 생각한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컴퓨터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컴퓨터를 따라하고,
컴퓨터의 마음을 닮아간다.
따라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사회적이고, 사회성을 가진다.
동성 친구 관계와 이성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깊이 있는 교감을 가지고 오래가는 친구들은
서로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길 좋아한다.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호응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다.
사회적 학습에 최적화된 우리 뇌는 이런 식의 따라하기를
학습이라고 받아들이고, 이것을 관찰하는 상대방도
상대방이 나를 학습하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상대방을 따라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배우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함으로써
나는 너에게 배우고 있고,
나는 너를 학습하고 있어라는 신호를 보내고,
이런 신호를 받은 사람들끼리는 오래도록(심지어 평생)
건강한 관계를 유지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친구가 '나 요즘 좀 힘들어'라고 했을 때,
진짜 친한 관계에서는 이렇게 반응한다.
'아구 힘들었구나, 무슨 일이야'라고 말이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친구가 한 마지막 말 '힘들어'를 따라하는 말을 한 후,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걸 공감 표현 또는 호응이라고 한다.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신호를 주는
사회적 언어 기술이라고 할까.
'힘들어'라고 하는 사람에게 '힘들구나'라고 동어반복해주는 것,
상대방이 따라해주는 것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나에 대해 알길 원하고,
나에 대해 배우기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인식에서 굉장한 행복감을 경험한다.
'기분 좋은 일이 있었어'에는
'우와! 기분 좋은 일이 있었구나!'라고 따라해주고,
'속상한 일이 있었어'에는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라고 따라해주는 것을
우리 뇌는 좋아하고, 이런 모방을 통해 학습하고, 행복해 한다.
심지어
'많이 속상했겠구나, 듣는 나도 이렇게 속상한데,
진짜 겪은 너는 얼마나 속상할까'라고
속상하다는 감정을 여러번 다르게 표현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고마움을 느끼고, 진짜 내 편이라고 느끼고,
신뢰가 돈독해진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나 속상한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는데,
이를 듣는 상대방이 '너도 좀 문제가 있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우리 뇌는 이런 것을 무척 싫어한다.
적대적인 관계로 인식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나에 대해 배울 마음이 없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런 식으로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형성되었더라도 언젠가 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 많이 아팠어'라는 여러분에게
'많이 아팠구나'라고 따라하면서 반응해주는가?
여러분 자신은 이렇게 반응해주는 사람인가?
여러분 주변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멀어지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여러분 자신은 누군가에게 꼭 이렇게 따라하면서
공감해주고, 소통해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Iacoboni, M. (2009). Imitation, empathy, and mirror neur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0, 653-670.
Bandura, A. (1962). Social learning through imitation. In M. R. Jones (Ed.), Nebraska Symposium on Motivation, 1962 (pp. 211–274). Univer. Nebraska Press.
Dollard, J., & Miller, N. E. (2013). Social learning and imitation. Routledge.
*표지 그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