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있는 사람
지능(知能): 아는 것이 힘이다
지능이란, 그 시대와 문화에서 인간을 성공할 수 있게 만드는 자질들의 집합을 말한다. 성공할 수 있게 하는 자질을 갖춘 사람은 지능이 높은 사람으로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그럼 성공할 수 있게 하는 자질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타고 나는 걸까? 아니면, 후천적 배움으로 가지게 되는 걸까?
현대 심리학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며, 공평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동양 문화권의 조상들은 후천적 배움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 같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지능을 어떻게 표기했는지와 그 표기법 안에 숨어 있는 의미에도 드러나 있다.
'知(알 지)에 能(능할 능)' 이것이 우리 조상들이 지능에 부여했던 의미다.
직역하면,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것이 능력이다' 이런 의미다. '지식의 힘'이라고 줄일 수도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사실 이것은 그냥 지능에서 나온 말이다. 지능에 대한 동양적 해석이었던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니!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말대로 라면, 많이 알 수록 힘이 강해진다는 의미 아닌가. 많이 알수록 뛰어난 사람이 되고, 많이 알수록 성공할 수 있는 자질들이 많아진다.
이제 동양 문화권의 사람들의 교육열이 왜 이렇게 높은지 이해가 된다. 지능을 아는 것이 힘이라고 정의하였으니, 힘이 강해지기 위해, 더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서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 많이 알게 되면 정말 좋을까? 많이 알게 되면 정말 힘이 강해질까? 내 머릿속에 저장해둔 기억이 많을 수록 나는 더 뛰어난 사람이 될까?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적어도 '문제해결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그리고 이는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가 있다[1, 2].
사전 지식이 많다는 것, 배경 지식이 많다는 것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지식이 많다는 뜻이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사전 지식이 많은 것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첫째, 사전 지식이 있으면, 지금 마주한 문제가 과제가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판단을 통해 과거에 있었던 일이면, 과거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를 복제(replication)이라고 부른다. 즉 사전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과거의 지식을 그대로 복제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아 진다.
복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생각해보라. Ctrl + C, Ctrl + V가 얼마나 빠른지!
둘째, 사전 지식이 많으면, 직면한 문제가 과거에 있었던 일과 유사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판단을 통해 과거에 있었던 문제와 유사한 문제이면, 과거의 방법을 적절히 응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과거의 해결법을 완전히 똑같이 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하기 때문에 살짝만 변형하면 된다. 이러한 문제해결 방식을 적용(application) 혹은 좀 더 멋있는 말로 일반화(generalization)라고 한다!
이 경우에도 문제해결 속도는 빠른 편이다.
사전지식이 많아서 복제, 적용 혹은 일반화를 잘하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본 것처럼 행동하는데, 그래서 이것을 지켜 본 사람들로부터 '직관이 뛰어나다. 감각이 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마치,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관이나 감각을 타고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사실 그냥 사전지식이 많았던 것 뿐인데 말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알 수 있다. 문제해결에 대한 직관, 감각도 사전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직관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가? 감각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가?
그럼 공부하라! 당신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분야 대한 사전 지식을 충분히 갖춰라!
그것이 당신을 감각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1] Lin, E. L., & Murphy, G. L. (1997). Effects of background knowledge on object categorization and part detect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23(4), 1153–1169.
[2] Hoffman, A. B., Harris, H. D., & Murphy, G. L. (2008). Prior knowledge enhances the category dimensionality effect. Memory & Cognition, 36(2), 256-2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