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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14. 2021

부탄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행복하다고요? 아니거든요!

국가적 행복 순위에 대해 바로 알기: 한국인은 상당히 행복하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여러분의 기억 속에 두 글자가 떠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부탄(Bhutan)! 그리고 이런 말들도 떠올랐을 수 있다.


부탄 사람의 행복도가 세계 1위다!

부탄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행복하다!

불행한 한국인은 행복을 부탄에서 배워야 한다!

돈은 행복에서 별로 소용이 없다! 마음이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부탄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 근거는 무엇인가? 무엇을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 건가? 혹시 그냥 누구한테 들은 것 아닌가? '-라고 하더라'라는 말을 그냥 전달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신문에서 봤거나, 책에서 봤다는 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럼 좋다. 그 신문가 책에서 부탄 사람의 행복이 세계 1위라고 할 때 혹은 부탄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할 때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세밀하게 살펴보았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부탄 사람의 행복이 세계 1위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자료에 부탄 사람의 행복이 세계 1위라고 밝혀진 적이 없다. 오직 부탄이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만드는 부탄 자체 행복보고서(Gross National Happiness: GNH)에서만 부탄이 1위로 나타나 있다. 즉 자칭 1위는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1위는 아니다.


이제 이렇게 질문하실 분이 계실 것 같다. '좋다. 잘 알겠다. 그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행복 순위는 뭔가? 그리고 거기서 부탄(Bhutan)은 몇 위이고, 1위는 누구고, 한국(South Korea)은 몇 위인가?'


그래서 준비했다. 바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전 세계인의 행복 순위 데이터 《세계행복보고서》 말이다! UN에서 매년 3-4월 중에 4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순위를 도출하는 바로 그 보고서에서 한국과 부탄이 몇 위를 차지했는지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World Happiness Report 2019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탄과 한국이 동시에 등장하는 《세계행복보고서》를 찾아보자. 다행히 최근에 보고서가 있다. 2019년도 보고서와 2018년의 보고서다. 먼저 2019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몇 위를 했을까? 54위를 기록했다. 생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95점이었다.


그럼 부탄은 몇 위일까? 정말 우리나라보다 행복할까? 아니다. 부탄은 95위를 기록했다. 2019년 보고서에 156개국이 보고가 되었으니, 우리나라는 중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고, 부탄은 중하위권이라고 볼 수 있다. 생활만족도 점수는 5.082로 우리나라와 0.8점 이상 차이가 난다.


World Happiness Report 2018


2018년도 빠르게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의 순위는 57위였다. 우리나라는 50~60위 권을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생활만족도 점수는 5.875점이었다. 부탄은 2018년에 97위다. 생활만족도는 5.082점으로 우리나라와 0.8점 정도 차이가 난다.


《세계행복보고서》가 관심을 가지는 행복지수 구성요소들로 볼 때, 한국인은 부탄인보다 재정적으로 풍족하고, 사회적 지지도가 높으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선택과 시간 활용의 자율성을 가지며, 국민들이 관대하고, 국가와 시장의 부패 수준이 낮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이 부탄인보다 행복하다.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하나 더 보여드리겠다. 세계인의 객관적 삶의 질을 보여주는 《인간개발보고서》의 2020년판에 드러나 있는 삶의 질(인간개발지수) 순위이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Korea, Republic of)은 23위로 매우 행복한 나라에 속한다. 인간개발지수 세계 평균이 0.737점인데, 한국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0.916점이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부탄은 129위이며, 인간개발지수는 0.654점으로 평균보다 0.8점 낮다.


《인간개발보고서》가 관심을 가지는 행복지수 구성요소들로 볼 때, 한국인은 부탄인보다 교육적 불평등 수준이 낮고, 성별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수준이 낮으며(여성의 지위가 높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숙련 노동자가 많다.


봤는가? 부탄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행복한 적이 없다. 또한 한국은 불행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 중상위권의 행복순위를 보이는 상당히 행복한 나라다.


이제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사람이 부탄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다.

-부탄 사람은 한국 사람에게 행복을 배워야 한다.

-행복에는 관계도 중요하고, 교육 수준도 중요하고, 신체적 건강도 중요하고, 자유와 평등도 중요하고, 국가적 청렴도도 중요하며, 심지어 '돈'도 중요하다(소득).

-행복은 마음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 환경과 더 행복해지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 행복이다.


<참고문헌>


Helliwell, J., Layard, R., & Sachs, J. (2018). World happiness report 2019. New York: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Helliwell, J., Layard, R., & Sachs, J. (2019). World happiness report 2019. New York: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UNDP). (2020). The 2020 Human Development Report. New York: UN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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