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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y 26. 2021

코로나-19와 사회심리적 요인들의 변화

코로나-19는 무엇을 증가시키고, 무엇을 감소시켰는가

사회과학자들은 어떤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과 후에 다양한 사회심리적 요소들이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에 관심이 많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거나 따지 못한 이벤트 전후, 야구 경기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거나 지기 전후,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당선되지 못한 전후 같은 것 말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들도 비슷하다. 어떤 이벤트가 일어나기 전과 후에 사람들의 행복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도 관심이 있지만, 그전에 다양한 사회심리적 요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자체에도 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자, 그중에서도 심리학자들은 어떤 이벤트가 벌어지기 전과 후에 소득, 건강 문제, 친구의 수, 혼인자의 수, 실업자수 등등의 변수가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아니면 변화가 없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계적인 사회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작성한 《2021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1)》도 마찬가지다. 이 보고서도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과 후에 다양한 사회심리적 요소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도 가장 최근에 있었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벤트는 바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다. 오늘은 《2021 세계행복보고서》의 내용들 중 코로나-19가 전 세계인의 사회심리적 요인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사회심리적 요인의 변화. *출처: World Happiness Report 2021


먼저 가계소득(Log HH Income: Log House Hold Income)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감소하였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을 근거로 하여 코로나-19가 전 세계인의 가계소득에 미친 영향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피하게 되면서 일시적으로라도 실업 상태에 놓였던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업을 다시 얻기 위해 구직활동을 해야 했을 것이며, 구직활동 과정에서 이직(같은 직종의 다른 직장을 구함)을 하거나 더 심하게는 전직(다른 직종의 직장을 구함)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때로는 아르바이트와 같은 안정적이지 않은 일을 2개, 3개를 하면서 버텨내고 있을 수도 있다. 낮에는 마스크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을 수도 있다. 정말 그렇다면, 이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우여곡절 및 변화와 적응 과정을 거쳐서 소득을 다시 회복했을 것이고, 그래서 통계적으로는 차이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통계 수치 자체는(숫자는) 이러한 고충을 모두 헤아리지 못한다. 숫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소득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런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별도의 연구를 진행하는데, 그런 것을 질적 연구(Qualitative study)라고 부른다. 양적 연구는 질적 연구로 보완될 필요가 있고,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의 지지를 받는 것이 좋아 보인다.


다음으로 건강 문제(Health problem: 어제 기침,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고열, 두통, 설사, 복통, 구토, 어깨 결림, 어지러움, 매스꺼움 등 중 경험했으면 yes, 경험하지 않았으면 no; yes는 1점, no는 0점으로 하여 평균을 도출하고, 이를 건강 문제 지표값으로 활용)는 코로나-19 전에 비해 감소하였고,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차이였다. 약간 의외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상황에서 개인의 건강 문제가 오히려 감소하였다니 말이다. 그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미세먼지와의 접촉이 줄어들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손 씻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손을 잘 씻고 있으며, 과거 손에 있던 병균으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이 감소하였다. 더하여 평소 자기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거나, 소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위생 수준이 증가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건강 문제가 감소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서 친구의 수(Count on friends)이다.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는 친구의 수를 감소시켰고, 그 차이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어마어마한 차이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친구가 감소하였다. 이는 코로나-19가 절친(best friends) 사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그냥 친구, 업무상 친구(사업상 친구), 친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냥 아는 사람들의 관계는 소원해지게 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비대면 시대(Non-Contact, Contactless, No touch, Zero touch)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조상들의 지혜를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아울러 부패 지각(Perceptions of corruption: 정부와 기업이 부패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태도)에 대한 결과를 보자. 살펴보면 사람들은 코로나-19 전보다 후에 정부와 기업이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짐작컨대 코로나-19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이 효과적이었고, 그에 따라 코로나-19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뇌과학 혹은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 간의 신뢰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느낀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을 위해 공동체 전체에 대한 신뢰를 증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고? 이런 위기상황에서 주변 사람이나 정부, 기업을 의심하는 것보다는 신뢰하는 것이 생존과 번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코로나-19 전과 비교할 때, 30대 미만의 인구는 증가한 반면, 60대 이상의 인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미만의 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신생아들은 여전히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생률 저하와 학령인구 감소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데이터가 신기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이 출생률이 저하된다고, 지구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 전체 인구는 감소하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수많은 신생아들이 태어나고 있다.


어떤 분들은 태어나기만 하는 게 무엇이 중요하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태어난 아이가 얼마 있지 않아 죽을 수도 있지 않냐고 말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유아 사망률이라는 개념이 있다. 5세 이전에 죽는 아이들의 비율을 말한다. 그리고 30대 미만의 인구가 전체적으로 증가했다는 것 안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아 사망률이 굉장히 줄었으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유아 사망률은 굉장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60대 이상 인구의 감소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망한 사망자 대부분의 60대 이상의 고령 인구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이제 혼인자의 수(Married: 법적 결혼, Common-law: 동거 등의 사실혼 관계; 이 두 가지를 모두 혼인으로 파악함)를 살펴보도록 하자. 혼인자의 수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할 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하기 어려워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가 동거와 같은 사실혼 관계를 감소시키는 것에도 일조했다는 것이다. 결혼식을 못한 것은 그렇다 치지만, 사실혼 관계가 감소한 이유는 무얼까? 단언하긴 어렵지만, 사실혼 관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약한 고리였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냥 잠시 서로 위로하기 위해 만난 것이지 평생을 약속한 관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가 오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그냥 헤어진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참고로 코로나-19가 별거자수(SEP: separated), 이혼자수(DIV: divorced), 사별자수(widowed)에 미치는 효과는 없었다.


끝으로 코로나-19는 대학생수와 실업자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생수가 증가한 이유는 기업의 채용 계획이 미뤄지거나 감소하면서, 졸업을 유예하거나, 휴학을 하는 대학생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업자수가 증가한 이유는 여행 및 관광업계, 항공업계 등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였고, 그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이 감소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2021년에도 지속된다면, 2022년 보고서에서는 어떤 변화를 확인하게 될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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