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아진 변수와 높아진 변수는?
어렸을 적에 그렇게 커 보이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그렇게 작을 수 없다. 어렸을 때는 힘 깨나 쓴다는 친구들이 학교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제법 커 보였지만, 지금 보면 그런 친구들이 우스워 보인다. 반대로 어렸을 때는 공부가 무슨 소용인지 싶고, 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 보였지만,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부가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고, 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어떤 변수의 영향력이 변화함을 경험하곤 한다. 영향력이 크던 것이 작아지기도 하고, 영향력이 작던 것이 커지기도 하며, 별 영향이 없던 것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회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발견해내는 것들 중에도 이런 영향력의 크기라는 요소가 있다. 효과의 크기(effect size)라고도 부르는 요소인데,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취급하는 요소다. A라는 요인이 B라는 요인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 없다 자체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X가 Y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영향력을 거의 감지할 수 없다면, 그건 사실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런 변수를 정책적 의사결정을 하거나, 기업의 의사결정, 개인의 의사결정에 반영하진 않는다. 그러나 X가 Y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면 다른 것을 무시하더라도 X의 변화에 주목하고, X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적, 기업적, 개인적 의사결정에 이 X라는 변수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사회심리적 요소들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요소들은 코로나-19 이후에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진 반면, 어떤 요소는 오히려 영향력이 작아졌고,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요소들도 존재한다. 오늘은 이렇게 코로나-19 이후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의 영향력, 즉 효과의 크기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1을 보면서 설명해보겠다.
먼저 가계 소득(Log HH Income: Log Household Income)이 생활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부터 살펴보자. 코로나-19 전 가계 소득은 생활 평가와 정적인 관계가 있었다. 소득이 높을수록 생활 평가 점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정적 관계는 유지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이후, 가계 소득이 생활 평가(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코로나-19 이후에도 가계소득이 높을수록 생활 평가가 좋아지는 경향은 그대로였지만, 그런 경향이 나타나는 정도는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전에는 소득이 1 증가할 때, 생활 평가 점수는 0.15점 증가했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소득이 1 증가할 때, 생활 평가 점수는 0.1점밖에 증가하지 않게 되었다.
이 부분은 해석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돈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다. 돈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다소 줄어들었다. 왜 줄어들었을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증가한 사람, 감소한 사람, 그대로인 사람이 무작위로 뒤섞였고, 또 이런 소득 변화로 인해 행복해진 사람, 불행해진 사람, 그대로인 사람이 뒤섞이면서, 소득 자체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했을 수 있다. 즉 코로나-19는 불특정 다수의 소득에 예상할 수 없는 영향을 무작위적으로 주었고, 그에 따라 가계 소득이 생활 평가 점수에 미치는 효과가 줄었다. 그림-2로 설명하자면, 가장 왼쪽(Positive) 그래프와 같은 모습을 보이던 것이, 가장 오른쪽(No correlation) 그래프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두 가지 변수 간의 관계성을 낮추는 또 다른 현상이 존재한다. 뭐냐고? 그건 바로 한 요소의 양극화다. 예를 들어, 가계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면, 그래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졌으며, 중간 지대는 없어졌다면? 맞다. 바로 이런 양극화 때문에 두 요소 간의 상관관계는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필자의 직관은 이 양극화 때문에 소득이 생활 평가 점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한 것이 아닌가라는 불길할 생각을 지지한다. 사회 계층이 양극단으로 분리되고, 계층 이동이 줄어들면서, 즉 가계 소득으로 인한 계층 이동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서 돈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렇다면, 슬픈 일이다.
다음은 기부(Donation)가 생활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의 변화를 살펴보겠다. 코로나-19 전 기부와 생활 평가 점수는 정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었다. 기부가 1 증가하면, 생활 평가 점수가 0.23점 높아지는 정도의 관계였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기부와 생활 평가 점수의 정적 관련성은 유지되었다. 그런데 이런 관련성의 크기, 즉 효과의 크기는 더 커졌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기부가 1 증가하면, 생활 평가 점수가 0.29점 높아지는 수준이 되었다. 그림-2의 가장 왼쪽에 있는 그래프의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타인에게 배려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며, 나누고 베푸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에 강력하게 작용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평상시에 누군가를 돕고, 나누고 베푸는 것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어려울 때, 힘들 때 누군가를 돕고, 나누고 베푸는 것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한다.
연령이 60세 이상(Age 60+)인 것이 생활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의 변화도 있었다. 코로나-19 전 60세 이상인 것과 행복 사이에는 관련성이 크게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후에는 정적인 관련성이 생겨났다. 즉 코로나-19 전에는 60세 이상 인구만 살펴봤을 때, 나이가 1살 증가한다고 해서 생활 평가 점수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후에는 6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했을 때, 나이가 1살 증가할수록 생활 평가 점수가 0.2점이나 증가는 정적 관련성이 발생하였다. 쉽게 말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행복했다는 뜻이다. 이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년층이 중장년층이나 청년층보다 코로나-19 상황에 더 잘 적응했음을 시사한다. 인생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결혼(사실혼 포함, Married/common-law)을 유지하는 것이 생활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에도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 전에는 결혼이 생활 평가에 미치는 효과가 없거나, 다소 부적인 관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후에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생활 평가에 미치는 효과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효과의 크기가 더 커졌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집에서 배우자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생활 평가에 미치는 효과가 긍정적이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자녀가 있는지, 같이 사는지 등도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 모든 요소들을 고려할 때, 결혼을 유지했거나, 결혼을 하여 같이 사는 배우자가 존재하는 것은 코로나-19 시기를 보다 잘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끝으로 건강 문제(Health problem: 열, 기침, 재채기, 콧물, 두통, 복통, 설사, 근육 결림 등), 친구의 수(Count on friends), 자유(Freedom), 부패 지각(Perceptions of corruption), 실업(Unemployed) 등은 코로나-19 전에도 영향력이 있었고, 코로나-19 후에도 영향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영향력에 변함이 없었다고 해서, 행복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영향력이 없었던 이런 요인들이야 말로,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변수들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 2년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지금, 이런 변수들의 영향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다음 연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