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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든 Jan 26. 2018

쉐도잉을 처음 만났을 때

영어가 갑자기 일취월장한 비결

처음 입사를 한 후 3년 동안 아주 치열하게 거의 매일 영어와 씨름을 했었다.
입사 바로 다음날에 공항에서 외국에서 오는 직원을 pick up해오라고 하고, 그다음 날에는 미국에 전화를 걸어서 납기 확인을 하란다. 

나름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을 했고, 영어 면접도 (물론 예상 문장을 달달 외웠지만) 잘 봐서 합격을 했지만, 실제 네이티브들과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학원을 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었다. 

학원 선생님들이야 친절하게 말을 천천히 해줘서 웬만한 건 다 알아듣고, Broken English라도 친절하게 다 이해하고 대화를 받아줬었는데, 외국인 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쭉 내뱉듯이 하는 영어를 도저 히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정말 이게 영어가 맞는지 내 귀를 의심을 할 정도였다. 

직접 만나서 하는 영어는 그래도 얼굴 표정이라도 보고 대충 분위기 파악을 해서 대화를 이어갈 순 있었지만, 전화영어는 정말이지 상대방이 질문을 하는 건지 그냥 말을 하는 건지 분간을 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렇게 매번 외국 직원들을 접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그래도 나름 영어를 잘했다는 자부심과, 영어면접을 잘 봐서 다른 직원들은 당연히 내가 영어를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아니 진짜 실력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업무 외 시간에 영어에 대한 노력을 정말 많이 했었다.  

아침저녁으로 학원과 영어교재 등을 가지고 영어 수업을 듣고, 나름 연습도 많이 했는데, 그렇게 매일같이 몇 년을 해도 교재의 영어는 잘 들리는데, 네이티브의 영어는 도무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이놈의 영어, 매일매일 그렇게 공부를 하는데 왜 이렇게 안 들리고, 발음은 대체 나아지지 않는 거야!'

당시에는 뭔가 확실한 방법을 찾기 위해 틈틈이 googling도 하고 영어 성공자들이 쓴 책들을 마구 읽어댔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체대 출신으로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 사람이 유명 어학원의 인기 강사가 되었는데, 그 비결이 바로 쉐도잉이라는 것이다. 
쉐도잉을 통해 입과 귀를 뚫고 당시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영어 강사가 되었다. 

그동안 영어가 잘 안됐던 이유를 이 쉐도잉 방법을 접하게 되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공부하는 영어 교재, 토익 교재 등은 네이티브의 실제 속도로 듣기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TV 성우들이 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하지 않고, 그냥 툭툭 내뱉듯이 말하듯이, 네이티브들도 똑같았다.

듣기 연습 자체를 네이티브의 실제 속도에 맞게 연습을 해야 하고, 말하기 또한 네이티브들이 말하는 것을 따라 하면서 연습해야 그들처럼 할 수 있다는 게 쉐도잉의 원리다.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듣고 따라 말하면서 언어를 배우듯이, 영어도 그렇게 해야 귀가 뚫리고 입이 뚫린다는 아주 단순 명료한 논리가 바로 쉐도잉이다. 

책을 읽자마자 강남의 그 학원 주말반에 당장 등록을 하고 수업을 들었다. 
토요일 하루 3시간의 수업은 미드를 틀어놓고 쉐도잉 프로그램으로 받아쓰고, 틀린 부분을 확인하고, 그다음에 들으면서 바로 따라 말하는 쉐도잉을 하는 게 전부였다. 

솔직히 첫날 수업의 30분, 쉐도잉 방법만 설명을 듣고 나머지는 혼자서 해도 충분했다. 
수강료가 아까워서 4주를 다 갔지만, 수업 3시간을 다른 사람들하고 천천히 함께 연습하는 것보다 혼자서 나만의 페이스로 하는 게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30분의 쉐도잉 방법은 책에 나와있는 그대로라 굳이 수업을 들을 필요까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저자를 한번 보고 확신을 한번 더 얻는 차원에선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렇게 쉐도잉 방법으로 3개월간 미친 듯이 연습했다. 프렌즈 20분짜리 한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 다 외울 정도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쉐도잉, 쉬는 시간 중간중간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도 중얼거리며 쉐도잉을 하고, 자기 전까지 그렇게 무작정 연습을 해댔다. 
만원 지하철에서 연습을 할 때는 소리를 작게 해도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했다. 

뭐든 집에서 하는 성질이 아니라 눈뜨면 바로 밖에 나왔는데, 주말에는 7시에 문 여는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문 열자마자 3층으로 올라가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10시쯤까지 연습을 하고, 낮 시간 때는 주로 공원 벤치에서, 그리고 오후에는 다시 스타벅스로 가서, 어차피 사람들이 꽉 찬시간에는 소음이 많으므로, 개의치 않고 연습을 했다. 

처음 쉐도잉 방법을 알게 됐을 때, 이것만 하면 정말 귀와 입이 확 뚫릴 것 같은 기대감이 몰려와서 아주 설레었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이 뭐든 처음은 정말 힘들었다. 
평소 안 하던 방법으로 연습을 하려니, 입이 너무 아팠다. 국어를 할 때와 영어를 할 때의 쓰이는  입의 근육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한시간만 연습해보면 금방 느낀다. 
그동안 영어 연습을 하면서 입이 아프지 않았던 것은 국어 하듯이 영어를 연습해서 그런 것이란 걸 깨달았다. 

프렌즈로 연습할 때 너무 안 들려서 도대체 이들이 하는 말이 진짜 영어가 맞는지 의심이 갔고, 외국인 친구에게 들려주며  '이거 들리냐'며 묻기도 했다. 
네이티브들은 내겐 너무 빨라서 전혀 들리지 않는 부분을 너무 잘 알아 들어서, 참 신기하기도 했다. 

처음 한 문장 쉐도잉 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 
그 문장은 'Can I get a couple of blueberry muffins to go?' 
정말 쉬운 문장이지만 네이티브의 평소 속도로 들으니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제까지의 듣기 연습은 다 허당이었다. 회화 교재나 토익 교재의 음성은 학생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말해주는 것이었다는 걸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더 답답했던 건 이 문장을 따라 말하려고 하니 정말 이 쉬운 문장도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연음도 안되고 억양도, 발음도 따라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나름 영어를 좀 한다고 자부했는데, 이 첫 문장에 모든 게 다 무너져 버렸다. 

첫날 한 문장 제대로 연습하는데만 2시간이 걸렸고, 다음날은 한 시간, 그다음 날은 한 시간 동안 2~3 문장을 연습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시간당 문장수가 늘어갔고, 한 달이 지나니 한 시간에 20 문장 정도를 연습할 수 있었고, 2달이 넘어가니 한 시간에 50 문장도 가능해졌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연습하여 듣기와 말하기가 자연스러워질 때쯤, 미국 본사에서 온 임원과 팀이 함께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임원이 나에게 하는 말 "You speak fluent English, How long have you lived in English speaking country?" 
나는 대답했다. 
"I had stayed in Sydney just for 6 months, that's all!"
그러니 그는 "Wow, it's impossible. Your English sounds like a native speaker to me.
  How did you do that?"
(물론 내 영어 수준이 네이티브라는 게 아니고, 발음과 억양이 꽤 좋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그리고 나는 
"Practice makes perfect"라고 했다. 

이런 유의 대화는 그 이후로 외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계속되었다. 

쉐도잉을 하고 난 후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더 붙고,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들과 같이 일하고,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만들어서 거의 주말마다 외국인 친구들과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며, 그렇게 신나게 영어공부가 아닌 영어를 쓰면서 놀았다. 

외국인들과 영어로 수다 떨고 같이 여행 다니고 하던 것들은 정말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것들인데, 쉐도잉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이루게 되었다.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쉐도잉 전도사로 나갈까 하는 생각까지 하였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와 자료는 넘쳐난다. 굳이 비싼 돈 들여서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 

방법만 제대로 알고, 의지만 있다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쉐도잉을 통해 영어실력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 

지금은 블로그로 간간이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정말이지 모든 영어 학습자들이 이 방법을 통해서 최소한의 일상회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하루빨리 도약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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