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를 만나기 전에는 댐이 무너진 듯이 거대한 후회가 몰려오는 순간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매 순간을 소중히 느끼고 후회하지 않게 보내기에는 내가 너무 둔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습관처럼 매 순간을 버리는 행동을 많이 하기도 하고 즐기기도 했다. 철없던 어린 시절처럼 시간을 버리는 나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이를 키우다 보니 얼마나 내가 나의 순간을 소중히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의 시간은 굉장히 짙고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아이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매 순간이 정말 세밀하게 느껴진다. 아이는 내가 잠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짧은 순간에도 다양한 행동을 하고 성장한다. 그래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습관(이유 없는 늦잠, 이유 없이 스마트폰 보기, 등)을 가지고 아이를 보다 보면 아이의 소중한 모습들을 많이 놓쳐버린다. 놓치지 않고 챙겨 보았던 순간도 집중하지 않으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를 불과 며칠 전 사진을 챙겨보면서 느끼곤 한다. 그렇게 놓친 것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면 또 무엇을 놓칠지 걱정이 되어서 이 순간에 집중하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하여 노력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를 위하는 일이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나의 시간이 세밀해지고 더 짙어지고 더 빨라지면서 거대한 후회가 몰려오던 순간들이 사라졌다. 문득, 주부인데 창업에 성공하여 텔레비전에 나오던 사람들이 이런 순간을 잘 이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특별한 성공은 아니더라도 세밀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이 더욱더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고,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고, 특별한 옷을 입지 않아도 이 순간이 특별해지고 있다.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 준 제이에게 고마움을 전달해주고 싶다.
제이야,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고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