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나는 놀랍도록 화와 짜증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화 또는 짜증을 내는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그런데 육아를 하다 보니 하루에도 3-4번씩 화 또는 짜증을 내고 있다. 화와 짜증을 내다보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할 때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정말 다양한 질문들이 내면에서 쏟아진다.
아이가 일부러 나를 짜증 내게 하는 걸까?
육아가 서툴러서 그런 걸까?
별거 아닌데 내가 참지 못해서 그런 걸까?
화와 짜증을 낼 필요가 있었던 상황인 걸까?
내가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 걸까?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까?
늘 똑같이 이런 내면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화와 짜증이 없었던 과거의 내가 더 완벽한 사람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은 당연히도 아니었다. 과거의 나는 항상 온화한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비교해 보니 과거의 나는 굉장히 차가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최대한 유지하며 화와 짜증을 내는 상황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왔었다. 그러다 보니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과 깊게 가까워질 생각과 배짱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아이 덕분에 거리감을 유지하던 안전장치를 풀고 좀 더 따뜻하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 다가가다 보니 너무 뜨거워지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마다 화와 짜증이 발생했다. 화와 짜증은 이런 뜨거운 상황을 없애고 다시 따뜻해지도록 일어나는 세상의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화와 짜증이 이런 경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와 나에게 일어나는 화와 짜증은 대부분이 이런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스스로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화와 짜증을 좀 더 제어하기 쉬워졌다.
아이를 통하여 소중한 깨달음이 오고 나면 항상 부모님과 겪었던 일이 다시 생각난다. 부모님은 잔소리를 하고 나는 화를 냈던 수많은 과거의 일들이 있었다. 부모님은 우리를 챙겨주고 싶어서 잔소리를 하면서 더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런데 그 잔소리가 너무 과해져서 뜨겁다고 느껴지면 우리는 부모님에게 짜증을 내면서 밀어내게 된다. 이런 일을 우리는 자라오면서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해 왔다. 이제는 나와 아이가 반복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스스로를 잘 제어하면서 화와 짜증이 나기 직전에 거리감을 주려고도 노력해 봐야겠다. 앞으로 너무 가까워졌다는 빨간불이 들어오면 책을 읽거나 카페에 가는 시간을 통하여 아이에게는 쾌적한 거리감을 주고 스스로에게는 여유를 줘봐야겠다.
나의 아이가 화와 짜증을 나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아빠를 반성하며 제이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
제이야, 아빠를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