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마움을 잊지 말자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우리 딸 제이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나는 자주 화를 내고 있었다. 힘없이 작은 우리 아이에게 원수를 만난 것처럼 화를 낼 때도 있었다. 원래 화를 안내는 성격이라서 사랑하는 딸에게 화를 내고 나면 스스로에게 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늘 화를 낸 후에 제이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사과를 했다.
"제이야, 아빠가 화를 내서 미안해! 그렇지만 말썽을 부리면 아빠가 힘들어."
그렇게 말해놓고 뒤돌아 속으로 질문을 했다.
'제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비슷한 행동을 했어도 저렇게 화를 냈을까?'
물론 답은 '아니요'였다.
마치 제이 앞에서만 분노조절장애에 걸린 느낌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육아가 힘들어서 그렇다고 생각을 했다. 특히, 다른 부모들도 똑같다는 말을 듣고 나의 행동을 제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쉽게 납득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편하게 만든 후에 모순적이게도 제이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화를 줄일 수 있을지를 찾아보았다. 내용들은 대부분 아이는 원래 그럴 수 있으니 잘 참고 이해하라는 내용과 스스로를 잘 챙기라는 말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단순히 그 내용들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속으로 '어쩔 수 없는 걸까? 어떻게 노력하지? 굉장히 어려운 문제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조용히 문제를 넘겼다.
그런데 의식적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무의식 세계에서는 해당 문제를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있었나 보다. 별생각 없이 평소처럼 설거지를 하는데 내가 화를 내는 원인이 문득 깨달아졌다. 단지 설거지를 하면서 제이를 사랑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던 기존의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 생각해 보니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나는 나의 아이가 나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잊고 있었다. 원인을 알고 나니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주는 사랑이 너무 고마워서 브런치에도 고마움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었고 실제로 적지 않은 글들도 적은 상황이었는데 막상 아이 앞에서 아이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잊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고마움이라는 주제로 글을 등록한 지도 거의 2년이 되어갔다.
나는 아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는 잊고 무의식적으로 '왜 나에게 계속 피해를 주지'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는 충분히 화낼만한 상황이라고 나를 합리화하기 바빴다. '아무리 아이라도 이제 이 정도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이번에는 충분히 화낼만한 상황이었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제이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항상 많은 것을 베풀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욕심쟁이 아빠가 배은망덕한 사람이었다.
제이가 어떤 고마움을 주었는지 다시 생각하고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상기시켜 보니 제이의 말썽은 너무 사소한 일이었다. 제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아서 고민해 보니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에게도 항상 타인에 비하여 손쉽게 화를 냈는데 그때도 지금 생각해 보니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있었다. 늘 받다 보니 그게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잊고 있었다.
사실 이번에 원인을 찾았어도 다시 아이 앞에서 화를 내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하지 못하겠다. 언제나 부족한 아빠이기도 하고 완벽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화를 내려는 순간에 제이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 보면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화를 금방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런 마음가짐을 반복하다 보면 부족한 아빠도 좀 더 완벽해지지 않을까? 또는 우리 아이가 나를 좀 더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들성숙한 아빠의 화를 받아주고 있는 제이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
제이야, 못난 아빠의 화를 받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