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로 인해 하루의 쉼이 더 생겨버린 2025 개학
벌써 6년째 반복되고 있는 한 해의 루틴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새해의 시작은 1월 1일이고 음력과 양력을 중요시하는 어느 한국인에게 새해의 시작은 음력 1월 1일이었기에 설이었을 것이다. 교사에게 한 해의 시작은 3월 개학날이다.
2025년도는 대체공휴일 덕분에 월요일 개학이 아닌 화요일 개학이 되었다.
개학 2일 전이 더 생각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2월 말부터 슬픔과 우울이 날 많이 덮쳐왔다.
자기 연민에 빠지면 한도 끝도 없다고 하더니, 자기 연민에 빠져 그렇게 나 스스로를 견뎌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일은 방학을 가리지 않고 쏟아졌고 인정 욕구를 중시하는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마저 답답할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의도하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고 나의 슬픔을 전염시키기까지 했다.
3월 1일 늦은 저녁부터 나는 '생각'이란 걸 해봤다.
이렇게는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자격이 없다는 생각.
올해의 업무분장은 나에게 모든 것이 새롭다.
사실 내가 하고 싶다고 적어낸 희망업무서에 따라서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다.
대학입시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패기로웠고 당찼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부서 업무는 어느 정도 내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것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득해졌다.
겁이 나서, 무서워서 회피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내가 바라본 이후,
내가 아는 내 모습이 아니라 나도 굉장히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개학 2일 남은 시점에 나는 나를 다잡는다.
나는 할 수 있다. 어떻게든 부딪혀서 이겨내 본다.
결과보다는 방향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뒤돌아보지 않고 현재에 나를 머무르게 하고자 한다.
밝음이 하나의 무기였던 나 자신을 되찾고자 한다.
수업준비를 2월 동안 나름 차곡차곡했다고 생각했지만 세 개의 과목이라, 평가계획서를 미리 작성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틀을 짜놨을 뿐, 정확하게 작성하지는 않았다.
특히 '고급수학 1'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아직 조금 갈팡질팡이다.
개학 전 날인 내일은 학교에 나가서 마무리를 지어보고자 한다.
사실 근무 이외에는 퇴근을 해서 공과 사를 분리시키라는 조언을 정신과에서도 들었지만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한 모든 데이터가 학교 컴퓨터에 있다 보니 학교에 나가서 빠르게 일을 마무리 짓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
전체 기숙사 학교이다 보니 개학 전 날인 내일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오게 된다.
아이들과는 미리 마주치지 않을 생각이다. 교무실에 틀어박혀서 내가 할 일만 빠르게 하고 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3월부터 시작되는 나의 한 해에 목표들을 세워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 찾기'
지금까지 학교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하루살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당장 어떻게 되어도 나는 후회가 없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불사 지르면서 살아왔다.
말이 씨가 되었을 때, 건강에 적신호가 한 번에 전체적으로 켜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인 걷기와 더불어 재활 필라테스 상담 예약을 했다.
오후 2시 30분으로 잡혀있는 상담 예약, 그전에 모든 일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게 내일의 '나'가 할 일이다.
개학 2일 전에는 전 날보다 더 마음이 심란하다.
이미 반편성은 끝나 어떤 아이들 인지도 정해져 있는 상황이고 작년에 수업을 했던 학생들이라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글을 쓰는 책상에는 그 학생들의 생기부가 쌓여있다.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분석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어서 가야 하는데 생기부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올해의 수능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 작년 고3 3월, 6월, 9월, 수능을 다시 풀고 작년 수능 트렌드를 분석했다.
학업역량이 가장 중요한 게 어쩔 수 없는 지금의 대입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만 비담임으로 담임에서 물러나있었는데, 감이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다고 느껴 당혹스럽다.
하나 보면 빠르게 되찾는 게 감이겠지 하면서 이제는 당혹감을 놓아준다.
근면성실, 노력이 남들과 다른 나만이 가진 비결이라 생각하면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올해 남들과 다른 노력이 빛을 봐야 하지 않을까 하며 어떻게 더 노력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되, 마음속에 나만의 주관을 굳건히 가지고 나아가고자 한다.
올해 벌써 나온 수능특강 수학 1, 수학 2, 미적분 세 권을 절반 이상 풀어냈다.
이제부터는 더욱 복잡한 수학 문제들을 많이 봐야 할 테니 학생보다 먼저 연계교재를 풀어내놓는 게 교사의 방학 숙제가 아닐까 하면서 받자마자 풀기 시작했다.
엊그제에는 알 수 없는 전화번호로 연락이 와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가 와서 확인해 보니 다른 지역의 선생님이셨고 나의 강의를 두 번 정도 들으시고는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을 주셨다.
참 감사했다. 내일 학교에 나가서 자료도 보내드리기로 했다.
좋은 영향력이란 게 이런 건가 잠시 자만하면서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어깨를 내려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겨우 6년 차에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자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개학 2일 전에 해야 하는 것은 마음정리, 생각정리
대인관계에 있어서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변수들은 가볍게 상수취급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상수로 치환하는 과정이 때론 어렵기도 하고, 때론 시원하기도 하겠지만 상수로 치환을 시키고 나면 그때부터 계산은 얼마나 쉬워지는지 분명한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매일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이어나가야 한다.
1분 1초도 혼자서 고립되지 않는다.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올해는 말을 좀 더 아끼고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겠다 계속해서 다짐한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분란을 만들게 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그것이 곧 약점이 되는 것이 교직사회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힘들지만 올해는 꼭 성공해 보겠노라 적어본다.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습관도 들였다.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어떤 순간에 매몰되지 않고 다이어리에 적으면서 훌훌 날려 보내는 작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무엇보다 텍스트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전하는 것이 익숙한 나라서 이렇게 또 글을 쓰면서 정리를 마무리한다.
이번 달 주말 근무 편성표도 이미 날아왔고 시간표도 받아 들었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한정된 이 시간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이냐다.
그렇게 3월 2일 일요일이 흘러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