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멈추고 모든 게 느려졌다.

by 리하

요가를 배운 지 한 달 남짓인 요가 초보자다. 빈야사 수업을 들었는데, 리듬감이 재미있게 느껴져서 주 2회 열심히 했다. 유독 상체 근력이 약하고, 특히 팔과 등 힘이 약한 편인데 무리해서 동작을 하다가 결국 허리를 과하게 쓰고 말았다. 허리 통증이 일주일 째 지속되고 있는데, 병원에 다녀와 봐도 쉬이 낫지 않는다. 통증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와식생활중이다. 이 일로 깨달은 바가 많아, 기록으로 남겨 본다.


제미나이는 나를 이렇게 표현했다.

머리는 시속 200km로 달리고 싶은데, 차체(허리)가 덜컹거림.

허리 통증은 신체 붕괴의 전조 증상. 현재 가장 시급한 보완점.


아, 이 정도였던가?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았다.

11월은 일이 가장 바쁜 때다. 성적 처리와 생기부 작성으로 바짝 일했다. 새롭게 요가를 등록해서 주 2회 수업을 들었다. 독서 모임을 두 개 시작해서 모임은 주말동안 총 세 번 나갔다. 한 달짜리 매일 글쓰기 수업에 참여해서 평일 매일 20일간 에세이를 썼다. 1월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경제신문 읽기 스터디를 평소처럼 했다.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니 이 중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 통증으로 본업에 지장이 감.

2. 앉아있기 힘들어 모든 작업이 어려움.

3. 모든 게 느려짐.


앉아있기가 힘드니 뭘 해도 효율이 나지 않았다. 하기도 힘들었다. 씻고 출근하는 것 조차 버거운데 다른 일들은 사치였다. 본업에도 지장이 가니, 이거 진짜 큰 문제구나 싶었다. 모든 부수적인 자기계발도 본업을 잘 한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는 일인데 몸이 아프니 본업이고 자기계발이고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엇보다 크게 느낀 건, 몸이 아프면 내 가치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었다. 몸이 아프면 일을 할 수 없고, 이는 곧 돈을 벌 수 없다는 소리다. 나는 내 능력으로 돈을 벌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오로지 내 몸이 건강하다는 그 이유 하나로 일을 해 온 거였다. 월급쟁이 생활이란 내가 멈추면 나의 모든 것이 함께 멈추어버리는 일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불로소득'을 외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건강이 무너지는 순간 내 삶의 모든 것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져 버렸다. 결론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을 벌여야 하는 거였다. 하고싶은 건 많은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아 답답하다면, 꾸준한 운동으로 내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수밖에 없다. 건강을 1순위로 두는 것, 그리고 꾸준한 운동으로 나를 가장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 아픈 허리를 붙잡고 깨달았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챙겨먹고, 물리치료도 받는 중이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오랜만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누렸다. 가만히 허공의 빈 공간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몸이 ‘지금은 조금 속도를 늦추어야 할 때’라고 경고한 게 아닐까? 허리가 멈추면서 내 세상도 몽땅 느려져 버렸지만, 덕분에 현재 내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이번 통증은 나를 더 잘 살피라는 내 몸의 시그널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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