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기를 쓰자

나를 돌보기 위해

by 여란지

아가들은 일종의 마약인 것 같다.

함께 있으면 취해 있어서 모든 것을 잊고 있어서.


그렇지만 아기들이 잠에 빠지기 시작할 때 약발이 슬슬 닳기 시작한다.

얼른 쉬고 싶은 마음에 빨리 애가 잠들길 바라는 마음에 애가 닳고,

재우는 시간이 한 시간 반이 되면 분노.

이 분노는 아이에게는 가지 않고 안에서 조용히 격하게 커진다.

애들이 잠들어 밖으로 나왔는데 집안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극도의 스트레스 ㅠㅠ

거기다 공복이 길어져 그때까지 저녁을 못 먹어 배까지 너무 고프고

(살찔까 봐 햄버거를 시키고 싶었는데 초밥을 시켰고) 내 앞에 준비된 맛있는 초밥을 전혀 음미하지 못한 채

증폭된 허기를 면하기 위해 그저 꾸역꾸역 밀어 넣는 빵꾸 난 수유 내복의 살찌고 머리 빠지고 나이 들어가는, 가만히 있어도 탈이 났는지 통증이 있는 나를 인지하면 이제 이미 헤어 나올 수 없는 우울감에 깊이 빠진 상태다.

모든 분노는 때마침 들어오는 남편에게 향하고

이런 관계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후회와 깊어진 슬픔.

충전이 필요한 시간이다.


아가들은 일종의 마약이다.

함께 있으면 시종일관 내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아기들이 잠이 들고 혼자 쉬려고 할 때 비로소 맞이하게 되는

나만의 어떤 꿈들, 목표들, 잃어버린 나다운 시간이 나를 조급하고 우울하게 한다.

충전이 필요한 시간이다.

생각해보니 요즘 나를 충전해 주는 건

낮의 커피, 밤의 잠.

시시껄렁하게 나누는 인스타 댓글이나 대화들 정도.

좀 더 밀도 있는 충전이 필요한 가? 물어보는

무척 고되고 피로한 밤이다..



정작 나 자신은 잘 돌보고 있는가?

아마도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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