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는 계층에서 시작되지만...

김애란 '호텔 니약 따'

by 책선비

인생의 고민 중에 인간관계 문제를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계심리학 책을 읽거나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얻어도 명확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 사실, 뻔한 정답은 있다.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다정하게 말하라, 넉넉한 마음으로 참아라, 정말 견디기 힘들면 잠깐이나 거리를 두어라 등등. 하지만 섣부른 해답은 관계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끔은 소설이나 읽을 거리를 통해 관계에 대한 다른 시선을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애란의《비행운》(문학과지성사, 2014)에 수록된 <호텔 니약 따>은 누구나 겪었을만한 관계의 희노애락을 입체적이면서도 세밀하게 풀어놓는다. 이 작품은 동남아 여행을 하다가 관계가 깨어진 두 친구의 이야기다. 절친이 되었던 그 이유가 갈등의 씨앗이 되어 둘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관계의 위기는 달라진 환경에서 발생한다. 안전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두 친구는 서로의 차이가 불편하지 않지만 여행 첫날 각자가 가져온 여행 가방 크기에서부터 영어사용 수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큰 격차를 확인하며 힘들어 한다.


가장 큰 갈등은 다리를 절뚝거리는 베트남 아이가 은지의 무거운 캐리어 가방을 대신 드는 모습을 본 서윤이 은지를 맹비난하는 장면이다. 서윤은 죽어서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 절름거리며 골목 안을 누비는”(p.280) 할머니가 연상되어 분노했다. 어쩌면 그동안 은지에게 느꼈던 컴플렉스가 쌓여서 폭발했는지도 모른다. 서윤의 비난에 은지는 억울해하며 울고 만다.


계층의 차이를 극복하는 관계란 존재할까. 은지는 중산층의 삶을 누렸고 서윤은 폐지를 줍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은지는 '사치'와 '쾌락'을 추구하고 '낭비와 허영'의 소유자이다. 반면에 서윤은 '겁 많지'만 '진지'하고 '성실'하다. 같은 대학 같은 광세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다른 모습이 좋았고, 은지가 가정형편이 안좋게 되면서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여행지에서 드러난 서로의 민낯은 절대 좁혀질 수 없는 계층의 차이로 서로를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여행이 끝날 무렵 공황에서 두 사람은 부루퉁한 얼굴로 딴 곳을 보며 어디로 갈지 모른 채 방황한다. 이대로 영영 절교를 할지 혹은 다시 우정을 쌓아갈지 알 수 없다. 다만 서로의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했다는 뼈아픈 현실이 존재할 뿐.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확인한 것은 관계의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이 다른 계층에서 살아왔지만 현재는 비슷한 처지로 가깝게 지냈다는 또 다른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같은 문법을 사용하고 있단 느낌에 안도”(p.250)하는 관계를 넘어서 차이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관계도 있을 수 있다.


우정이나 관계도 생물과 같아서 성장과 소멸을 반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의 우정은 다른 시기보다 큰 의미가 부여되고 때로는 과장되기 쉽다. 이들이 여행을 통하여 그 부수적인 껍질을 벗겨 내고 소멸이 아닌 성장을 향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우정’과 ‘여행’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고 김애란 소설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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