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부지런한 사랑>(문학동네, 2020)
작가 이슬아는 2014년 스스로 글쓰기 교사로 임명하고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렸다. 이후 6년 동안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의 글과 여러 단상이 담긴 <부지런한 사랑> 책을 출간하였다. 글쓰기 교사로서 매주 글감을 고민하고 10대 아이들에게 글을 쓰도록 독려하며 첨삭했던 과정이 작가 특유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아이들의 개성이 묻어 있는, 통통 튀는 글을 읽는 재미가 컸다. 또한 아이들 글에 대한 저자의 단상도 인상적이다. 특히, 유튜브 시대 아이들은 종종 자신이 본 영상을 소재로 글을 쓸 때가 많은데 그런 글을 첨삭할 때마다 저자는 재미도 크지만 여러 고민도 하게 된다고 한다.
“다만 그 영상을 보는 일에 관해 생각한다. 아이들이 느낌 슬픔의 정체를 생각한다. 나 역시 반려묘와 함께 살며 날마다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므로 그 존재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고통스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죽음의 장면이 웹에 업로드되어 누구나 언제든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은 기이하게 느껴진다. 데이터가 무제한 복제되고 무한 반복 재생도 가능한 시대에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봄으로써 발생하는 감정의 결에 대해서도 세세한 구분이 필요하다.” (141쪽)
또한 아이들에게 쓴 편지글은 정말 아기자기하고 애정 넘친다. 어느 것 하나 비슷한 내용없이 그 아이의 상황과 개성에 맞는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민서의 글은 틀린 부분 없이 깔끔해서 내가 손 댈 게 없어. 손쉽게 그날의 글을 완성하고 일찌감치 책을 읽는 너의 옆얼굴을 오래 바라보곤 했어. 점점 너의 도도함을 눈치채게 되었지. 민서는 한심하게 구는 남자애들에 대해 아주 단호하게 까칠한 문장을 적곤 해 (중략) 민서가 도도함을 잃게 될 순간도 기대된다고. 한심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들의 미덕을 알아차리게 되기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무조건 경멸하지는 않게 되기를, 바보 같아 보이는 남자애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그런 기회를 만난다면 민서의 글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 (112쪽)
초등 3-4학년 아이들과 6개월 정도 독서 토론을 했다. 토론이 어느 정도 익숙한 아이들과 토론 후 글쓰기도 하고 있다. 글쓰기 과정을 준비하면서 읽은 이 책에서 좋은 글쓰기 선생님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책에 나온 아이들이 모두 생생하게 묘사되고 주고 받은 대화들이 생동감 넘쳐서 바로 옆에서 그 현장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나의 어린 스승들’이라고 서문에 표현했던 것처럼 저자는 자신을 낮추고 아이들 시선을 맞추며 애정어린 관심과 부지런한 사랑으로 글로 아이들과 교감한 선생님이었다.
실력과 열정이 가득하며 아이들의 다양한 글에 탁월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느 세월에 이렇게 능숙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약간 주눅이 들기도 했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을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쪽)
그래 나는 꾸준함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 됐다. 모르면 배우고 부족하면 연습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향한 ‘부지런한 사랑’이다. 잊지 말자.
추천독자 :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은 사람, 이슬아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 아이들의 아기자기한 글로 힐링하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