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통하는 엄마 선생님 되기

오연호 <삶을 위한 수업>(오마이북, 2020)

by 책선비

책 읽기는 하나의 여행과 같다. <삶을 위한 수업>을 읽고 난 후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좋은 곳에 여행 다녀온 기분이다. 바로 힐링과 환기의 시간이었다. 현실은 여행 가기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충전된 마음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채워진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바뀔까?’ 회의적인 생각도 밀려온다. 그래도 책 읽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정리하여 독후감을 적어보는 것 역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작은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행동에 옮겨야 진정한 시작이다.

어느 날 <삶을 위한 수업> 책이 책상에 놓여 있었다. 책 표지를 넘기니 저자 싸인이 보였다. 남편 학교에 저자 강연이 있었다. 남편에게 책이랑 강연이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너무 이상적이라….” 시를 쓰고 싶었던 남편은 현재 입시에 최선을 다하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이상적인 덴마크 국가에서나 가능한 교육 모습이라는 말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저자 오연호의 다른 책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다 읽었다. 어떻게든 덴마크로 이민을 가든지, 우리 아이 중에 덴마크 사람과 결혼을 해서 자연스럽게 그 나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득 생겼다. <삶을 위한 수업>도 비슷하지 않을까.

독후감 공모전 홍보를 확인한 뒤 책을 찾아 서문을 읽었다. “덴마크 행복사회의 출발과 뿌리가 행복한 수업, 행복한 교실, 행복한 학교에 있다는 것을.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p.6) 모든 사람이 행복한 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또한 좋은 책은 꼭 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독후감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위한 수업> 오마이 뉴스 기자인 오연호와 덴마크 저널리스트 마르쿠스 베른센, 두 사람이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대해 3년 동안 기획 취재하여 완성한 책이다. 10명의 덴마크 교사들 인터뷰 내용은 모두 놀라웠다. 그들 모두는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제일 인상적인 태도는 아이들과의 대화였다.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전달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들과의 친밀한 관계와 인격적인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우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실제 생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들어주는 거죠. 그리고 그 일들이 지금 교실에서 배우는 수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대화를 나눕니다. 교사가 이런 대화를 잘 이끌어가려면 지금 배우는 수학에 대해 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학생이 어떤 수학 용어를 알아듣는지, 어떤 용어에 대해 설명을 더 해줘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학생에 대한 이런 파악도 없이 수학 시험을 치르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p.64)

수학을 가르치는 호르 키에르 선생님의 인터뷰이다. 과목만 다를 뿐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 입장과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공부나 친구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나의 학창 시절에서 이런 선생님을 경험해 본 적 없었다. 50명 넘는 아이들을 1년 동안 맡아서 입시를 위한 지식도 가르치면서 인격적인 교제까지는 불가능했다. 지금이라도 지구 어느 곳에 이런 선생님들이 많은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면 과장일까. 사실은 만약에 그때 여기 덴마크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잠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이 엄마로서 아이들과 지내는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초등학교 4학년 첫째와 1학년인 둘째는 학원을 가지 않고 엄마인 나와 공부를 한다. 둘째는 독서와 일기 쓰기 위주로 하는데 첫째는 공부하는 과목이 좀 많다. 셋째, 넷째를 돌보면서 두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니 충분히 대화하며 아이들 입장보다 학교 공부 진도에 맞추어 복습이라도 제대로 해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늘 앞선다. 문제집이 조금이라도 밀리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재촉하면 아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처럼 슬픈 표정을 짓는다. 울면 또 엄마에게 혼날까 봐 참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더 화를 내곤 한다.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해보려는 생각이나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러웠다. 사놓은 문제집을 꼭 풀어야 하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적만 바라보았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보다 공부 시간이나 공부량이 훨씬 적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했다. 아이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복된 문제는 풀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요구 하나 들어준 걸로 좋은 엄마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페테르센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학생들과 더 친밀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때때로 한계선을 다시 그으며 시작하더라도 말이다. 너무 친밀하면 위험할까 봐 아예 거리를 두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훨씬 낫다고 믿는다.” (p.149)

너무 친밀해지면 권위가 상실되고 아이들이 어른의 말을 듣지 않게 된다고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관계의 한계선을 다 긋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친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페테르센 선생님의 태도는 나에게 큰 환기가 되었다. 아이와 공부할 때 너무 편한 분위기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면 공부가 안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먼저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와 대화를 해보았다. “엄마가 하라고 하니깐”이라는 아이 대답에 한숨이 나왔다. 아니, 이 현실을 직시하니 오히려 명확해졌다. 아이와 공부보다 먼저 대화부터 해야겠다고.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다짐을 했다.

덴마크의 교육 방향이나 좋은 선생님 모습을 마냥 부러워하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교육 분위기가 이루어질지 막연히 기대할 수는 없다. 평등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며 실천하고 있는 덴마크와 달리 우리나라는 불평등과 경쟁이 심화된 곳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남편도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 아이들과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도 입시 위주의 교육 방향과 기대감, 요구 때문에 좌절한 적이 많다. 한 반에 아이들 수가 많아서 물리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나는 엄마로서 이 책을 읽고 네 아이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어떤 교육을 지향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덴마크 선생님들의 교육 방향과 실천은 유익하고 실제적이었다. 처음에는 이상적이고 동화같이 느껴질 정도로 먼 이야기 같았지만 학교 아닌 가정에서는 조금이나마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대화를 하려면 기존 나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공부보다 아이와 인격적인 관계를 먼저 고려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줘야 한다. 여러 목표와 다양한 실천들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나라도 잘하고 싶다. 아이가 대화하고 싶은 엄마 선생님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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