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쓸모

내 감정과 의견을 잘 전달하기 위해

by 책선비


5년 넘게 읽고 쓰고 있다. 그런데 삶에서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말하기이다. 나의 감정과 의견을 전달할 때 예전과는 좀 다르다. 과거에는 불편한 감정을 쌓아놓고 내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혹은 숨기고 폭발하듯 쏟아냈다. 지금은 그 사안을 더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어떻게 나의 의견을 피력할지 먼저 글로 적어보고 말한다. 상대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제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주말에 시댁 행사가 있다. 작년에 홀로 사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시댁 일에 대한 압박이 더 크다. 말 그대로 인생의 아이러니, 반전 드라마다. 따지고 싶은 일이 많아 글로 차분히 적어보려고 하는데 여전히 좀 엉켜있다. 그래서 전 단계로 글쓰기 쓸모에 대해 생각해본다. 까다로운 현실적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글쓰기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나는 유용성이 크다고 믿는데 실제로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까. (독서나) 글쓰기에 어떤 효용을 바라는 것 뭔가 순수하지 못하는 태도로 여겨지도 한다.


최근에 서평수업 때 실생활 글쓰기에 대해 잠깐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한 멤버는 최근에 이사했지만 이전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 컸다. 서평수업샘은 이럴 때 배운 글쓰기 실력을 발휘하라고 외쳤다. 그는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아도 어떻게든 일을 해내는 고수가 있기 마련이에요. 그 지역 부동산 중개자들 수십명에게 눈에 확 띄는 문자를 보내서 어필해보세요. 고수는 아마 그 문자를 보고 움직일거에요 " 고 조언했다. 그동안 공부한 글쓰기를 이럴 때 사용하는 거라고 말했다.


서평쓰기와 부동산중개업자에게 문자보내는 일은 같은 선상의 일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이게 그럴 일인가 잠시 고민했다가 지역 온라인 까페에 우리집을 어필하는 글을 올렸다. 홍보성 글을 처음 써봐서 어색했지만 몇 번 써보니 쓸만 했다. 그땐 이런 글을 쓴다고 위축된 경기 중에 집이 팔릴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반응이 꽤 있었다. 실제로 댓글이 달리고 다른 부동산에서도 전화가 왔다. 사실, 어머어마한 은행이자를 생각하면 진작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야 했다. 그 일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는데 글쓰기 한 가운데 있었음에도 잘 몰랐다.


바로 닥친 예민하고 까다로운 문제 앞에 글쓰기를 십분 발휘할 때이다. "이번주 토일 시댁 행사에 나는 빠지고 싶다"는 나의 의견을 전달해야한다. 왜 가고 싶지 않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좀 길다. 다음에 쓰겠다. 마음 같아서는 편지를 남겨 놓고 먼저 사라질까 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스친다. 글쓰기의 힘을 믿어본다. 구체적으로 상황과 내 감정을 일단 써보자. 그러면 다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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