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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Jun 25. 2024

나는 타고난 아첨꾼인가?

침묵 훈련이 필요해

한 지인이 자기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자신의 옳음을 위해 상대방은 나쁜 사람이 되어 있다. 나는 그게 무척 불편하다. 공감해주면 같이 나쁜 사람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같아 불편한다. 최대한 침묵을 고수하고 듣고 있다. 여기에서 끝나면 되는데 나는 그가 원하는대로 반응하려고 한다. 맞장구를 쳐주려고 한다.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나는 왜 그럴까.


예전에는 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라고 생각했다. 공감해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공감해주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타고난 아첨꾼 처럼 그 사람이 원하는대로, 혹은 더 앞서서 그를 옹호하려는 나를 본다. 그의 말에 절대 공감해주고 싶지 않은데도 말이다.


결국 그 지인의 편을 들어주고 지지할 만한 다른 예시들을 펼쳤다. 그 예시들은 또 다른 사람 이야기다. 말 할 필요가 없고 나도 안하고 싶은데 하고야 말았다. 하지인도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과하게 반응하고 말하는 걸까.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째,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조언 잘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지인에게 발생한 그일이 해결되는데 일조를 하고 싶어서)


둘째, 대화의 주도권을 내가 갖고 싶어서


셋째, 가만히 듣고 있는 게 미안하고 민망해서 뭐라도 말하려고


넷째, 그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려는 착한? 마음 때문에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인들은 내가 호응을 잘 해주고 편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내가 그렇게 휘둘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연락하는 건 아닐까. 내가 쉽게 편들어줄 사람이는 걸 잘 알기에...문제는 내가 그것을 파악했음에도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아첨꾼처럼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그러지 말자고 그렇게 외쳐도 잘 안된다는 점...


누구나 다 그럴까. 소통과 공감의 과정인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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