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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Jun 26. 2024

나는 욕심 덩어리

멈추어라, 내 것이 아니다

오늘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다. 7월에는 서평써야할 책이 쌓여 있고 빡신 도서관 수업도 잡혀 있어 시간이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비용도 없어서 남편에게 빌렸다. 모임에 몇 자리 없다는 말을 듣고 5시에 대기하여 1등으로 신청했고 바로 마감되었다. 그리고 조금 뒤 나는 후회했다. 원래 7월에 참가하려는 글쓰기 수업도 있었다. 미리 댓글도 달아놓아서 수업 선생님은 내가 참여하리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둘 다 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이는 욕심이 아닌가. 


자발적 글쓰기는 어렵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을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특히 에세이는 읽을 때는 쉬운 듯한데 막상 쓰다보면 만만찮다. 글의 전개도 표현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 글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서 에세이스트가 진행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과 금전적 여유가 없는데 신청한 것은 무리였다. 다음 달에도 모집하는데 꼭 지금 해야하는 이유가 없다. 


 20대 초반에 잠시 알았던 한 후배의 번역서 출간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반응이 좋아서 나온지 얼마 안되서 2쇄에 들어간단다. 이름을 검색하니 내가 눈여겨 보았던 책도 번역했다. 부럽고 또 부러웠다. 도저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임에도 나는 부러웠다. 번역까지 해볼려고? 참 욕심도 많다. 


서평단 신청도 무지막지하게 하고 있다. 매일 1권씩 서평을 써내야한다. 읽고 싶은 책, 공부했으면 하는 책이 보이면 다 신청했다. 서평 마감 날에 겨우 몇 자 끄적이고 마음에 들지 않은 글을 올려놓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또 인스타 서평단 피드를 보고 또 보고 있다.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깨닫는다. 상황과 실력은 따라가지 못하는데 욕심만 가득하다. 지금이라도 멈추자. 앞으로 서평단 신청은 하지 말고 원래 하던 글쓰기 모임도 하지 않기. 다른 사람들의 돋보이는 성과를 부러워하며 나를 재촉하지 않기. 나는 내 속도대로 한 걸음씩 가면 된다.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 있고 하기로 결정한 일이 있으니 이것부터 해결하자. 이미 저지른 일 하나 제대로 수습 못하면서 무슨 글을 쓰고 책을 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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