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고1 첫째를 바라보며
중학교 졸업식 후 느긋하게? (혹은 게으르게) 겨울 방학을 보내는 첫째를 지켜보고 있다. 오전에 11시쯤 일어나서 피아노 좀 치다가 점심 먹고 오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다. 저녁 먹고 난 후 태권도 갔다 오면 9시, 밤늦게 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축구 경기를 본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앞둔 학생의 스케줄은 아니다. 괜찮을까? 무엇이?
아이는 행복하단다. 공부 안 하니 행복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네가 그렇지 뭐, 라며 냉소적으로 반응했으나 지금은 진심 자기 인생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고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고 평안하다는 말을 믿는다. 오늘 그렇다면 내일, 그다음 해에도 너는 너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리라.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9시에 도서관에 가기 전에 깨워볼까 한 번씩 고민하기도 한다. 도서관에 같이 갈까? 웃으며 제안도 해보았는데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그래, 방학 때라도 늦잠 자고 잘 쉬고 키도 크자. 2시간 일찍 깨우고 도서관에 같이 가니 마니 실랑이하는 게 크게 의미 없다. 그래서 9시 땡 하면 나 혼자 도서관 가서 열심히 내 할 일을 한다. 첫째는 지 알아서 하겠지.
작곡을 하고 싶단다. 그래서 비싼 앱을 결제해 달라고 하길래, 그것만 하면서 방학을 보내는 건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으로서 예의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뭘 하면 되냐고 하길래 영어수학 EBS 고등예비 과정 강의를 제안했다. 뭔가 주고받은 비즈니스관계?처럼 왜곡되는 것 같아 조금 찝찝했으나 어쨌든 성사되었다. 과학, 사회, 국어는 패스. 딱 영어수학만 듣겠다고 했으나 수학만 하는 눈치다. 1일 1강의, 그것도 빠른 속도로 대충 듣는 것 같아 한 마디 하려다가 말았다.
살짝 초조함과 불안이 일렁인다. 불안 대신 신뢰, 초조함 대신에 기다림으로 이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쓴다. 이제 제 손을 떠난 것 같아 뭐 어쩔 수 없기도 하다. 그래도 요즘 화를 내지 않고 잠깐이나마 대화가 가능한 요즘이 좋다. 중학교 졸업식 날 아이에게 잔소리와 공부하라는 말 대신에, 너의 소중한 시간을 좀 아껴 썼으면 좋겠고 니 삶을 신경 써서 잘 가꾸면 좋겠다는 말을 편안하게 전달했다. 다행스러웠다. 또 그다음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