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어도 다채롭게
가시덩굴이 길을 가로막는 골짝에 작은 삼층 석탑이 두 개 나란히 숨은 듯 서 있다. 탑 속에는 부장품처럼 햇빛과 달빛이 고여 있을 성싶다. 바람과 구름, 풀벌레며 산새의 울음도 탑을 둥지 삼아 깃들어 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그동안 숱한 비바람과 진눈깨비, 때로는 무더위에 시달린 탑이다. 그런 탓인지 손으로 살짝 밀기만 해도 기우뚱거리며 부스러질 듯 조마조마한 낌새다. 어느 날은 뼈와 살이 깎이고 뭉그러지는 아픔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용케도 버티고 있다. 그게 무슨 힘일까. 나는 슬그머니 탑 곁에 다가선다.
(유병근 '옛 절터를 찾아')
특수어와 구체어를 많이 사용한 수필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동안에 마치 직접 체험하는 듯한 실감을 주어서 정서적 감동을 일으키게 한다.
<손광성의 수필 쓰기> p.48
위의 예시 문단 속 어휘들은 구체적이고 특별하다. 서술어도 다채롭다. 산기슭에 언저리에 자연을 품고 지내다가 조금씩 마모되어 가지만 끝까지 존재감을 뽐내는 삼층 석탑 두 개. 관찰과 상상의 힘으로 탑의 입장에서 겪을 만한 이야기를 풀어놓고는 이 탑이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까지.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문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