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쓸 때 미리 의식하기
초고쓰기와 합평을 앞두고 <활활발발>을 집어 든다. 이슬아 작가의 스승 이현아의 글방 이야기. 치열하고 역동적인 내용에 금세 빠져드는 책. 유일하게 여러 번 읽고 있는 에세이다.
역시나 전자북에 알록달록 밑줄이 가득하다. 이곳에 옮겨서 두고두고 기억하고픈 내용이 많은데 그러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기에 몇 개만 추려서 적어본다. 특히나 열정적이고 실용적인 합평의 장면을 가져온다.
사실 합평은 다른 사람한테 하는 말이면서 곧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 모두 쓰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아픈 말이 나오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다음 글 쓸 때 반영하는 걸로 합시다. 제가 글방에 오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고 있는가, 짧은 글 한 편에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바람에 어느 인물에도 마음을 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틀린 문장이 있는 건 치명적이다, 비문을 만나는 순간 작가에 대한 신뢰가 뚝 떨어진다. 글쓰기의 목적은 전달인가 공감인가, 등등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내 차례가 된다.
<활활발발> 중에서
합평을 하는 기준을 보면 초고 쓸 때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 알려준다. 글을 쓰다가도 한 번씩 유체이탈을 해서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간결하게, 비문 조심, 쓰기의 목적이 무엇인가. 이것만 의식해서 써도 글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초고 쓸 때는 이런 기준을 내려놓고 막힘 없이 써지는 대로 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나는 너무 막 쓰지 않는다. 퇴고할 때 거의 다 지워하는 경우를 몇 번 겪고는 처음부터 구성과 흐름을 의식하고 문장 간의 긴밀도를 생각한다. 초고 쓰면서 퇴고도 곁들이며 지금처럼 짧은 글은 곧바로 올릴 수 있다.
이때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한 문단에 하나의 주제로만 말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어색하거나 튀는 문장이 있으면 지우거나 따로 문단을 만든다. 적어도 독자가 헷갈리지 않고 읽어내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리고 무조건 완료하기! 이것 두 개만이라도 기억하고 시작해 보는 거다.
글이라는 건 문장이 이루는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나의 완벽한 문장, 또 하나의 완벽한 문장, 또 하나의 완벽한 문장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글이 되는 거죠. 그중에 한 문장이라도 불량품이 있다면 부실 건물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오늘 지니가 가져온 글은 어떤 이야기를 그냥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전달하는 거예요. 그건 글이 아니고 그냥 에피소드일 뿐이죠. 글쓰기는 문장과 문장을 치밀하게 직조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땅 위에 하늘 아래 드러내는 작업이에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튼튼하고 정교한 '문장'을 만들어야 해요.
(...)
문장이 가볍고 탄력 있어요. 담백하고 정갈해요. 잘 쓰려는 마음이 보이지 않는 글, 그래서 잘 쓴 글이죠. 앞의 문장이 뒤의 문장을 부르고 뒤의 문장이 앞의 문장을 받치고 있어요. 종종 그런 말 하잖아요. 다 써놓고 어떤 한 문장을 빼봤을 때 와르르 무너지는 글이 정말 잘 쓴 글이라고. 그 말인즉슨 꼭 써야 할 문장, 반드시 필요한 문장만으로 이어갔다는 거죠. 오늘 00의 글은 필요한 문장들 이뤄진 데다 굉장히 유연해서 뭐랄까, 낭창낭창해요. 캐릭터들도 잘 살아 있고, 특히 깍쟁이 같은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