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물건에 대한 탐사

안규철 <안규철의 질문들>

by 책선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무작위로 눈에 띄는 사물 하나를 정한다. 그 사물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생각을 글로 적어본다. 그것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디서 왔고, 어디에 속하며,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앞에 놓인 미래, 그들의 운명은 어떤 것인지, 왜 지금 여기에 그것들이 있는지, 그들이 없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들과 나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들은 주위의 다른 사물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누군가가 만들어냈거나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물이라면, 그것들을 만든 사람은 왜 어떻게 그것들을 만들었는지, 흔적을 남긴 채 부재하는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가장 가깝고 사소한 사물로부터 가장 멀고 큰 세게에 대한 탐사. 평범한 일상의 지평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정. 구겨진 한 장의 종이, 유리잔에 남은 한 모금의 물이 세상 밖으로 출구가 된다. p.78

오늘 눈에 띈 사물은 오리발이었다. '오리발'은 나에게 발이 달린 날개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글을 썼다. 쓰고 보니 나는 그동안 내 주변에 사물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익숙한 물건들은 그저 배경이자 풍경 중에 하나였다. 한번도 내 생각의 중심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새롭게 참여하게 된 수필공방 수업은 문학적 에세이를 추구한다. 주제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물건이나 자연 등에 빗대어 표현하기를 권한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다. 막막하고 어렵지만 하나씩 배우면서 시도해보려고 한다.


사물을 탐사하는 일이 낯설긴 해도 매우 유익하다. 주변을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일. 무심히 지나치기만 했던 나는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렇게 신기하고 소중한 것들이 내 곁에 많았구나. 왜 나는 아무 것도 없고 빈털털리라고만 생각했는지. 그동안 내가 추구한 것들 중에는 허깨비가 대부분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후회와 반성은 짧게 하고 지금부터 발견하고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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